대국민담화 후, 대(大) 국민 봉사 한 번 해보시렵니까?

[세번째 편지-취임 100일 기념] 국정쇄신안을 위한 작고도 큰 조언

등록 2008.06.02 21:04수정 2008.06.0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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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인천 시민이기도 합니다. 6월 3일에 취임 100일을 맞이하시는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기념사' 아니 '위로사'를 준비했습니다. 요즘 많이 힘드실 텐데 이 글 보시고 조금이라도 피로를 푸시기를 바랍니다. 그럴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6월이 되었습니다.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현충일, 6.10항쟁, 6.25전쟁과 같은 날들만 생각해보아도 6월에는 누구나 머리숙인 채 순국선열들을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자숙 기간으로 보내곤 합니다. 그런데 올해 6월에는 우리 맘을 착잡하게 하는 일이 한가지 더 생겼습니다. 5월 내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외치고 또 외쳐도 들은 채 하지 않는 '푸른 집과 아이들' 때문에 여간 실망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이 힘드셨을 대통령님을 위로도 하고 저와 같은 시민들 역시 위로받고자 이 편지를 씁니다.

 

대(對)국민담화 후, 대(大) 국민 봉사를 생각해보셨습니까?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모든 게 다 고만고만해보입니다. 하늘에서는 모든 것을 평등하게 바라볼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한가지 잣대로 평가해버릴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세상 곳곳에 숨은 다양한 삶을 챙기는 데에는 '눈높이' 시야를 지닐 필요가 있습니다. '살가운' 대화를 위해서는 '지금 그곳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는 거죠.

 

지난 달 대통령께서는 대(對)국민담화를 발표하셨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으나 결국은 크게(大) 부푼 국민 마음을 채우기에는 너무 작고(小) 적은(少) 담화문이었습니다.

 

지난 대국민담화문에서는 어쩔수없이(?!) 빠뜨리셨던 국정쇄신안을 준비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말로는, 대통령께서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4~5명 장관을 교체할 거라고 하시더군요. 모든 곳에서 손발이 척척 맞아들어가야 할 실용정부를 위해서라면 장관 전체를 다 교체하셔도 모자랄 듯한데 'CEO대통령'답지 않게 왜 그리 통이 작으신지 모르겠네요. 나라살림 챙기느라 바쁘신 대통령께서 요즘 많이 위축되신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피로가 쌓이고 힘들때에 때로는 오히려 더 힘을 써서 차라리 뭉친 곳을 다 풀어주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에 걸맞게 대(大) 국민 봉사 한 번 제대로 해보시면 어떠실런지요.

 

사실, 대통령께서 나라 살림에 바쁘셔서 그런지 국민을 섬기겠다는 약속을 기억하기는커녕 자꾸 깜빡하시는 경우가 많다는 소문이 많이 들려왔습니다. 소문이라고 보기엔 굉장히 오래동안 널리 퍼진 얘기를 들은 국민들께서 지금 대통령님을 대신해서 나라살림을 챙기고 계십니다. 아마도 대통령께서 다시 '제정신'을 차리실 때까지만이라도 그럴 생각인 것 같습니다. 기쁘시겠네요. 대통령님을 생각하는 국민들이 이리 많으니 말입니다.

 

'큰(大) 일을 하셔야 할 분'께서 이리 오래 '제정신'을 놓고 계시니 어찌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간 국민들은 청와대와 가까운 광화문 인근에서 계속 대통령님을 생각하며(!) 촛불문화제를 진행해왔습니다. 물론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님 이름을 부르고 있지요. 참 좋으시겠어요. 불러주는 이들이 많아서요. 어쨌거나, 국민들은 날마다 '흐린 뒤 장대비' 같은 얼굴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님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나 봅니다.

 

그런데, 대통령님을 생각하는 국민들은 지금 많이 지쳐있습니다. 취임 100일 기념떡 한 번 돌린다 생각하시고 국민들께 생수 한 병씩이라도 나눠주시면 어떠실런지 묻고 싶습니다. 지난 대선 기간에 당시 한나라당 후보셨던 대통령께서 재산헌납 약속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이럴때 그 돈 한 번 쓰시면 어떠시겠습니까?

 

아 참, 돈 쓰실 곳이 또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 모르지만, 국민들께서 대통령 대신 뭇매를 맞았는지 어쨌는지 많이들 다치셨어요. 어떤 분은 물대포에 맞아서 실명 위기에 있다고도 합니다. 머리 깨지고 피 흘린 분들이 한 두분이 아니더라고요. 치료약에 치료비도 많이 필요할텐데...

 

대통령님 생각은 어떠세요? 많은 아프고 지친 국민들을 현장에서 직접 위로하시는 것이. 그러고 보니, 지난 달 중국 방문 후 귀국하시기 전에 중국 지진 현장을 방문해서 따뜻하게 위로하고 오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국민은 대통령께서 현장을 직접 방문해주시면 참 많이 좋아할 겁니다. 다들 얼마나 대통령님을 애타게 찾고 있는지 모릅니다. 불러도 대답없는 님을 찾듯이 말입니다. 왜 그리들 대통령님을 찾는지... 아시나요?

 

국정쇄신안, 차라리 다 바꿔보면 어떨까요?

 

처음에 국정쇄신안 준비 얘기를 했었죠? 그것에 관해서도 몇 마디 좀 하고 싶어요. 몇몇 부처는 이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제 생각도 좀 말씀드리려고요. 제 생각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순으로 교체순서와 규모를 정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뜬금없이 문화체육관광부를 언급해서 좀 놀라셨나요? 왜 그러냐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요즘같이 국민들이 한국 특유의 시위문화, 거리문화를 이루어갈 때에 뭐 하나라도 지원해준 적이 없어요. 안 그래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대통령 못지 않게 이름을 부르고 또 불러주고 있는데 왜 그리 조용한지 모르겠어요. 좀 얄미워요. 바꿔주세요. 환불해주세요.

 

외교부장관은 자기 일도 아닌 일에 너무 앞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외교부 목소리가 많이 들어간 것 같더라고요. 농식품부나 복지부가 먼저 챙겨야 할 일에 외교부가 불쑥 불쑥 끼어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분도 얄미워요. 바꿔주세요. 환불해주세요.

 

농림수산식품부를 포함하여 다른 부 장관분들은 동료 장관들이 물러날지 모르는 마당에 뜨거운 동료애를 발휘해주셨으면 해요. 안그래도 '실용정부'를 부르짖는 현 정부에서 손발 안맞는 장관들을 데리고 뭐 하나 제대로 하시겠어요? 힘드실 수밖에 없겠다 싶어요. 이해합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거에요. 차라리 다 바꾸시라고.

 

지금 말씀드리는 내용 모두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거에요. 여기저기 이 빠지듯 교체하고 나면 '실용정부' 취지에 맞지않게 자꾸 어긋난다니까요. 다 교체해도 대통령님의 18번 애창곡 '실용정부'를 제대로 불러줄 이들을 찾을까말까한데 어떻게 몇몇 교체하고 말려고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6월 4일 재·보궐선거 때문에 국정쇄신안 내놓기가 좀 어려우시죠? 그건 이해해요. 취임 100일 기념잔치도 해야하는데 대(大) 국민을 만족시키려니 고민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시겠죠. 어쨌거나, 내각 재구성 문제는 충분히 생각하시고 결정해주세요. 대통령님을 대신해서 국민들은 나라살림을 알아서 잘 챙기고 있을 테니까요.

 

어디 골방에라도 들어갔다 오셔도 되요. 고민 좀 하셔야 될테니까요. 충분히 생각하시고 충분히 쉬신 후 '필요충분한' 방안을 마련하셔서 다시 국민 앞에 서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대통령께서 서울시장 시절 만드셨던 서울광장이나 청계천 거리에 나오셔서 준비하신 내용을 발표해주시면 좋겠네요. 음, 한 번 기대해보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취임 100일을 맞이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2008.06.02 21:04ⓒ 2008 OhmyNews
#이명박 취임 100일 #촛불문화제 #국정쇄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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