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장대 남한산성에 있다.
이정근
"뒷일을 도모하는 것은 타당합니다. 그러나 옛말에 '일이 시작되기도 전에 먼저 소문나는 것은 위태롭다'고 하였습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적국에게 이미 시작했다는 형세를 먼저 보이는 것은 좋은 계책이 아니라고 여깁니다."승평 부원군 김류가 보안 유지가 급선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모든 일은 철저한 보안 속에 비밀리에 추진하자는 것이다.
"나라가 이 모양이니 죽느니만 못하다. 아무 것도 모르고 죽은 사람이 부러울 뿐이다. '바꾸어 세운다'는 말은 공갈에서 나온 것이니 깊이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귀화한 사람을 돌려보내라는 것도 말할 필요가 없거니와 죽음을 무릎 쓰고 돌아온 백성들을 도로 잡아 보내라 하니 어찌 백성의 부모 된 도리이겠는가." 인조가 눈물을 흘렸다. 갑자기 숙연한 공기가 좌중을 휘감아 돌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인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경이 저들 지역에 오래 있었으니 그들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자세히 말하라."임금이 박황을 지적했다. 박황은 가함대신으로 심양을 다녀온 바 있다.
"심양의 사정은 보안을 철저히 하여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마침내 불측한 화가 있을 것이니 일찌감치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여깁니다. 신이 심양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범문정의 말을 은밀히 전해 주기를 '산성에서 나왔을 때 아들로 바꾸어 세우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망측한 말입니다.""범문정이 말한 것은 무슨 일 때문인가?"인조의 눈 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자신을 폐하고 세자를 세우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면 현재 진행형이지 않은가.
"징병에 관한 일을 거절한 이유로 이 말을 했다고 합니다."인조는 한숨을 놓았다. 군사문제라면 이미 보내지 않았는가. 하지만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신의 의견으로는 저들이 또 군사를 요구하면 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이성구가 이에는 이로 맞서자고 강경책을 내놓았다.
한판 붙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인조"이 문제는 쉽게 말할 수 없다. 우리 나라가 저들과 관계를 끊을 계책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아직은 거취를 뚜렷이 보여서는 안 된다. 원접사 이경증이 저들과 자못 친숙해졌으니 그들이 의주에 도착하여 머무는 날, 그로 하여금 군병의 실제 숫자를 은밀히 묻게 하라."인조의 얼굴에 의지가 그려졌다.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최명길이 머리를 조아렸다.
"칙사가 관소에 있을 적에 군사의 수효에 대해 미처 묻지 못한 것이 이제야 후회가 된다."인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강화도에 토성을 쌓고 병선을 전투용 선박으로 만들어야 합니다."인조의 의중을 살피는 데 김류는 동물적인 후각을 가지고 있었다.
"경의 말이 옳다.""경기수사로 하여금 거북선을 제조하여 시험해 보도록 하려고 하는데 구선(龜船)은 이순신이 만들어 사용했던 것입니다."최명길이 거북선 건조를 건의했다.
"시행하라."조정의 공기는 급선회했다. 반전이다. 이제까지 수동적인 방어책이 아닌 능동적인 자세로의 전환이다. 한판 붙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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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그동안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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