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폐유 유출, 어린모 타죽어

용수로에 공장 배수로 연결... 농민항의 빗발

등록 2008.06.02 16:42수정 2008.06.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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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름띠가 엉겨붙은 논의 모가 죽어가고 있다.
기름띠가 엉겨붙은 논의 모가 죽어가고 있다.이재형

공장에서 발생한 폐유가 모내기를 한 논에 흘러들어 모가 타들어가자 한적한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5월 29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상장리 S공장에서 유출된 폐유로 인근 논(4297㎡)에 심은 모가 죽자 농민들이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마을회관에서 비상회의를 하던 농민들은 “며칠전부터 용수로에 기름띠가 넘쳐나더니 지겹게 울어대던 황소개구리 소리까지 딱 멈췄다, 도대체 기름을 얼마나 버렸길래 이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군 환경과에 연락을 해도 처리하겠다는 말뿐이고, 도무지 개선되는 게 없다. 더 이상 행정도 못믿겠고, 피해당한 농민들은 어쩌란 말이고, 오염된 땅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오늘 모가 죽어 발견된 논은 공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지만 이 물을 양수해 쓰는 이일대 수십 만평의 논에 얼마나 피해가 커질지 두렵다”면서 “우리가 가서 항의하니까 수로에 흐르던 기름띠를 흡착포와 유화제를 뿌려 없애다가 도저히 안되니까 아예 포크레인을 동원해 흙을 엎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유출된 폐유는 S공장의 생산라인 등에서 나온 것인데, 우수관을 타고 논에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공장 부지를 가로지르는 용수로관(논에 물을 공급하는 시설)에 공장 우수관을 연결해 버렸다는 것. 이로 말미암아 비가 오면 1만9835㎡의 공장 부지를 씻어낸 우수가 용수로를 타고 논에 흘러든다.

 공장에서 나오는 우수관과 삽교천 용수로가 합해져 논에 물을 대고 있다.
공장에서 나오는 우수관과 삽교천 용수로가 합해져 논에 물을 대고 있다.이재형

지난 30일 이용우 상장리 마을이장과 함께 방문한 공장 바닥에는 폐유가 쏟아진 흔적들이 곳곳에 있었으며 폐유통을 쌓는 곳에는 비가림시설조차 돼있지 않았다.

S공장 고아무개 대표는 기름이 유출된 사실을 솔직히 시인한 뒤 “피해농민들과 원만히 합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내 우수관이 용수로에 연결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이번에 용수로를 공장 뒤편으로 옮겨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함께 지켜본 예산군 환경보호과 담당공무원은 “공장 측에 폐유저장시설의 비가림 시설 설치와 공장내 우수저장 시설을 설치하도록 행정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하는 무한정보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하는 무한정보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폐유 유출 #공장폐유 #폐유 #상장리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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