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준의 생활명품>겉그림
을유문화사
저자가 '생활명품'이라고 찜한 것, 좋은 줄 미처 모르고 당연한 것처럼 잘 쓰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려 아쉬움과 섭섭함을 느끼는 물건들, 저자의 삶을 건강하고 빛나게 하는 '남다른 물건들'은 어떤 것들일까?
수첩, 연필, 만년필, 등산화, 돋보기, 칼, 헬멧, 삼각대, 의자, 3M 포스트잇·홀더, 버너, 면도기, 손톱깎이, 이불, 유리잔, 와인따개, 자, 가위, 전기장판, 벽시계, 타이머, 온습도계, 종이, 오렌지, 막걸리, 골뱅이, 호두과자 등이다.
우리들이 흔히 명품이라 말하는 구찌, 샤넬, 루이비통 등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들이 명품인 이유가 있다.
수첩이라고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저자가 수많은 수첩 중 명품이라고 선택한 '몰스킨 수첩'은 '온갖 약은 수를 써 봐도 전원이 끊기면 무용지물로 변하는 최첨단 디지털 기계들을 웃도는 쓰임새가 있다.
'신발이 좋으면 목숨도 건진다'라고 표현한 트렉스타 등산화는 어떤가. "턱없이 비싼 등산화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고 땀으로 찌든 깔창에서 올라오는 습기가 이내 뽀송뽀송한 감촉으로" 바뀌거니와 엄홍길(등반가)씨가 해발 8000m 이상의 고봉을 등산할 때 신었을 만큼 품질이 입증되었기 때문. 저자는 이 등산화 덕분에 목숨을 건진 적도 있단다.
'단돈 1000원으로 누리는 행복'의 장수 막걸리(서울 막걸리로도 알려져 있다)는 밥 먹기 싫은 날의 요깃거리. '세상에서 가장 아픈 음식'이라 표현한 을지로 골뱅이, 20년째 찾고 있다는 을지로 2가 영락 골뱅이 무침에 대한 찬사는 미식가가 아닌 내게도 지독한 유혹이다.
윤광준의 생활명품 60가지는 명품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새로 생각하게 한다. 자주 쓰고 있지만 진지하게 바라본 적이 없는 물건들, 없으면 생활이 불편해지는 물건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달까? 저자 윤광준이 말하는 명품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물건은 살기 위해 필요한 만큼이면 족하다. 명품보단 명품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 명품 인간은 입고 먹고 쓰는 물건을 모두 명품으로 만든다.… 소유의 쾌감보다 중요한 점은 물건의 존재감에 어울리는 의식의 환기다. 비싼 값을 주고 힘들게 구한 명품이라 자랑만 하는 것은 천박한 행동이다.… 원조의 가치를 진심으로 인정해주는 마음이 명품을 만든다.… 좋은 상품은 좋은 사람의 철학을 담고 있다.… 물건은 자신을 위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곁들일 때 비로소 살아난다.…당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선택된 바로 그 물건이 생활명품이다." - 책 속에서 부분부분 발췌<윤광준의 생활명품>이 재미있는 이유 또 하나, 저자 자신에게 명품인 이유만이 아니라 그 물건에 깃들어 있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박하게 담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