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심붓꽃꽃이 지고나면 동글동글 씨앗이 맺힌다.
김민수
나 비록 시골에 살아도 세상소식을 다 듣습니다. 내가 피어난 풀밭에서 풀을 뜯는 소들의 한숨소리도 듣고, 미친소와 동급으로 분류가 되어 분개하는 소리도 듣고, 개값이나 소값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이야기를 하며 사료값 축내는 것 같아 주인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듣거든요. 소의 인생도 참, 심지어는 꼬리까지 아낌없이 주는데도 여전히 천덕꾸러기요, 미국산에 밀려버려야 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이 땅에서 자라는 소라고 행복하겠습니까?
나 비록 들꽃이요, 한철 내내 피어있지도 못하는 짧은 인생을 살지만 한마디 해야겠소.
야생의 꽃은 자기의 때를 잘 분별해서 피고집니다. 간혹 바보꽃들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들로 인해 보는 이들이 즐겁죠. 어떤 때를 아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지요. 천기를 분별한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죠. 웃어야 할 때, 울어야 할 때가 있고 들어가야 할 때와 나갈 때가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