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9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센터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새 수입조건을 담은 고시를 발표하고 있다.남소연
▲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9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센터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새 수입조건을 담은 고시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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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공고된 고시에 따르면, 30개월령 해제의 미래형 전제조건은 미국의 이른바 '강화사료금지조치'이다. 그렇다면 강화사료금지조치는 도대체 무엇인가? 어제 29일, 농림부는 이른바 미국의 강화된 사료조치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양국이 이해한 강화된 사료금지조치의 본질적인 내용은 미국의 현행 사료금지조치보다 강화된 것으로서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를 모든 동물에 사료로 사용하는 것 등을 금지하도록 하는 조치를 추가한 것이었음(농림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및 주요 제출의견 검토결과> 31쪽)
아! 우리는 얼마나 더 거짓말에 익숙해야 하는가? 진실로, 이렇게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를 동물사료에서 제거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면, 농림부는 협상 타결 후인 지난 2일, 왜 다음과 같이 국민에게 미국의 사료조치를 발표하였는가?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임(<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관련 문답 자료> 2쪽)
<연합뉴스>에 의하면, 한미 쇠고기 협상 한국측 수석대표인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은 지난 4월 14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증언하였다.
"2005년도 입법 예고안을 머리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의 2005년 입법예고안은 명백히 모든 연령의 소의 뇌와 척수를 동물사료로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2008년 4월에 실제로 공포한 사료조치는 죽은 소, 죽어가는 소, 병든 소, 주저앉는 소('4D')의 뇌와 척수라도 단지 30개월 미만이라는 이유로 동물사료로 줄 수 있도록 훨씬 완화되었다.
이러한 소들이 광우병 고위험군의 소이며, 미국에서 도축되는 소의 90% 정도는 30개월 미만이며, 뇌와 척수야말로 광우병 원인물질이 90%이상 쌓이는 곳임을 정부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러한 고위험군 소의 뇌와 척수를 여전히 동물에게 먹이는 한, 이래 가지곤 이른 바 교차오염을 막을 수 없다. 이를 사료조치라 할 수조차 없다.
그러나 정부는 공고된 고시에서는 여전히 위와 같이 미래형으로 서술해놓은 채, 30개월령이 넘는 쇠고기가 수입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30개월령 제한이라는 광우병 안전성 조치의 핵심적 내용은 이렇게 공고되는 순간까지도 한 구석에 비참하게 내팽겨쳐졌다. 그리고 검역 주권의 출발인 사료조치 요구권은 포기되었다.
[2단계 위험부위 제거] 미국 규정대로 하는 게 검역주권?
둘째, 검역 주권의 두번째 단계인 광우병 위험부위 제거 범위를 자주적으로 정하는 권한은 부칙 5항에서 포기되었다. 공고된 고시 부칙 5항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 내에서 도축되는 모든 소(수출용 또는 내수용을 불문한다)로부터 미국 규정(9CFR310.22(a))에 정의된 특정위험부위를 제거한다.
광우병 위험 부위의 원천적 제거야말로, 광우병 검역의 핵심적 내용이다. 모든 나라는 자국에 유입되어서는 안될 광우병 위험부위를 스스로 정할 검역주권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30개월이 넘는 미국산 쇠고기 척주 전부를 광우병 위험 부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고된 고시 부칙은, 위와 같이, 한국으로 수출되는 소에서 제거해야 할 광우병 위험부위의 범위를 미국의 규정에 따르도록 하였다. 그러므로 앞으로 미국 농무부와 식약청이 특정위험부위 규정을 정하면 한국은 이에 따라야 한다.
한국은 미국에서는 광우병 위험부위로 규정된 경추의 횡돌기·극돌기, 흉추·요추의 극돌기, 천추의 '정중천골능선' 마저도 수입하기로 합의를 해주었다. 놀랍게도 이 합의는 공고된 고시 1(9)항에 단 한 점의 다름없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래 놓고선, 미국에게 미국의 광우병 위험 부위 규정대로 제거해도 좋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정녕 검역주권을 가진 나라인가?
[3단계 수출검역] 미국소는 검역증명서 면제
검역 주권의 셋째 단계로서, 미국 현지에서의 마지막 검역 단계인 미국 정부 수출검역 증명 절차에서도 한국은 검역 주권의 본질을 포기했다.
검역에선 언제나 최전방이 더 중요하다. 광우병 원인 물질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선적되지 못하도록 미국에서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이 마지막 단계가 바로 미국 정부의 수출검역 절차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미국 정부는 수출 검역 증명서에서 도축된 소가 광우병 의심소가 아님을 별도로 증명해야 했다(19(1)항, 10항). 최근에 미국과 협상을 마친 필리핀의 검역 조건에서도 주저앉는 소를 도축한 고기가 아님을 미국 정부가 증명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어제 29일 공고된 고시에서는 이는 삭제되었다.(22항)
노무현 정부에서는 미국 정부는 도축장들이 30개월령을 잘 구분해서 도축하고 있음을 검역증명서를 통해 보장해야 했다.(19(1)항, 11항)
그러나 어제 29일 공고된 고시에서는 삭제되었다.(22항)
[4단계 수입검역]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해도 한국 스스로 수입중단 못해
넷째, 검역의 최후 보루인 한국 현지에서의 검역 주권 행사는 더욱 비참하다.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할 자격이 있는 도축장 승인권은 미국에게 넘어갔다.(부칙 3항) 그리고 미국 도축장에 대한 현지 점검에 대한 전면적 전수 검사는 불가능하다. (7항)
한국에 도착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도 전수검사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심지어 광우병 위험부위가 발견되는 경우에도 한국은 동일 제품의 5개 콘테이너 검사를 해보고 이상이 없으면 정상검사 비율을 적용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하물며 보통의 경우에 전수검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23항).
이는 현행 '지정검역물의 검역방법 및 기준'이라는 검역 고시에 의해 검역관이 가지고 있는 재량권을 침해한 조항이다.
위 고시는 검사물량에 대해 검역관이 대상검역물의 특성을 감안,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물량을 기준이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별표 8 육류 등에 대한 현물검사 요령) 그러므로 검역관은 필요하면 전수검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럴 권한이 있다. 그런데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전수검사를 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더 문제는 광우병 위험부위를 실제로 적발하는 단계이다. 공고된 고시에는 쇠고기 제품의 월령 표시 내용이 없다. 그러므로 뇌·눈·척수·머리뼈·척주 등 월령에 따라 광우병 위험부위 여부가 달라지는 부위에 대해 한국에서 그 월령을 파악하여 광우병 위험부위 여부를 판별해낼 길이 없다.
정부는 말로는 "위 부위에 대해 월령 표시가 되지 않아 객관적인 월령 확인이 불가능하면 해당 로트를 전량 반송 또는 폐기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공고된 고시 그 어디에도 월령 표시의무는 없다. 그리고 미국을 다녀온 점검단도 미국에서는 쇠고기 30개월령 표시를 하고 있지 않다고 보고하였다.(<미국 쇠고기 수출작업장 현지점검 결과> 2쪽)
그러니 농림부는 이제라도 광우병 위험부위에 월령 표시를 도대체 어떻게 하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내어놓기 바란다.
설령 한국에서 광우병 위험부위를 찾아낸들, 문제의 광우병 위험부위를 실어보낸 도축장 제품에 대해서도 수입중단을 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한국에 상륙한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부위가 발견될 경우 일체의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해당 도축장의 제품마저도 변함없이 한국의 수입검역을 받을 자격이 있다.(23항)
한국이 해당 도축장 제품에 대해 수입중단을 하려면 그 도축장은 최소한 2차례 광우병 위험부위를 한국에 실어보내야 한다. 그것도 별개의 컨테이너에서 2차례가 나와야 한다!(24항) 이 얼마나 놀라운 극적 반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