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대성당 미사 중인 모습
이경미
성당에도 '급'이 있는데 가장 권위가 높은 성당은 '바실리카(basilica)'라고 한다. 성당 중의 성당, 로마가톨릭의 심장부라 할 성 베드로 대성당(Basilica di San Pietro)이 대표적이다.
그 다음은 흔히 말하는 '카테드랄(cathedral)'. 주교가 있는 대성당을 말하는데 웬만한 도시엔 하나씩 다 있다. 마을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보통 성당이 먼저 생기고 그 주변에 집들이 모여 군락을 이룬다. 카테드랄은 마을의 중심부이자 광장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론 소성당(혹은 예배당), '카펠라(cappella)'다. 유명한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는 그보다 더 유명한 시스티나 예배당(Cappella Sistina)이 있다.
성당은 내게 뜻밖의 즐거움이었다. 굳이 종교적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아서인지 방문지 중에서 가장 편안했던 곳이다. 뜨거운 햇살이 눈을 괴롭히지도 않았다. 내부가 시원한 것도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샀다. 천장은 또 얼마나 높은가. 덕분에 소리의 공명이 일반 공연장에서 듣는 것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바깥에서 뚜벅뚜벅 걸으며 잔뜩 긴장했던 여행자의 시각, 청각, 촉각이 모두 편안해졌다.
가끔씩 미사 시간이 겹칠 때면 신자들이 앉는 자리 뒤쪽에 앉아 멍하니 바라봤다. 성가대의 노랫소리, 사제의 설교소리. 때로는 이탈리아어로 들었고, 때로는 스페인어로 들었고, 때로는 프랑스어로 들었다. 물론 내용까지 알아들은 건 아니다. 내용은 중요치 않았다. 내용을 알아들었다면…, 어쩌면 휴식에 방해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성당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종탑이다. 도시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도시의 성당을 방문할 때마다 종탑이 있는 곳이면 다 올라갔던 것 같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성당에 따라 다르지만 5유로 정도는 내야 한다.
'그럼 그렇지, 조망권을 공짜로 내줄 리 없지'라고 생각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건 꽤 힘들고 지겹다. 통로가 좁아서 한 번 진입하면 중간에 쉬기도 힘들다. 뒤에서 계속 사람들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3층 이상은 전기에너지에 의존해 올라가는 습관이 붙은 몸뚱이가 아파트 20층까지 걸어 올라가는 건 고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