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임 공연자 이경열 씨가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여성과 실뜨기를 하고 있다.
윤자열
'2008 춘천 마임 축제'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 춘천 명동 곳곳에서는 수많은 인파의 둘러 싸여 박수와 환호성을 받으면서 많은 공연들이 열리고 있다.
그 인파에서 떨어진 곳에 혼자 길거리를 걸으며 무언가를 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고무신에 바바리를 걸치고 금테의 검은 선글라스를 낀 이 남자는 갑자기 바바리 속으로 손을 넣어 뭔가를 꺼낸다. 하얀 실타래를 꺼내 양팔을 뻗은 만큼 실은 자른다. 실의 양끝을 묶어 이쪽으로 저쪽으로 실을 교차하면서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여성에게 다가간다.
놀란 여성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냐고 묻자 남자는 대답대신 양손을 가까이 들이 댄다. 실뜨기를 하자는 거다. 머뭇대던 여성이 실을 잡고 다시 내밀자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맴돈다.
이 사람에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해진 장소, 형식, 준비물도 없다. 정해진 관객도 없다. 이 남자의 발길이 멈추는 곳이 무대이고, 그곳에서 마주친 사람이 관객이 된다. 이 남자의 이름은 마임 공연자 '이경열'이다.
이경열은 올해로 꼬박 10년 동안 마임을 해왔다. 처음엔 연극배우로 무대에 섰지만 매번 짜여진 공연을 단체로 해야 한다는 것에 싫증을 느꼈다. 그런 그에게 혼자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마임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경열에게 마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마임을 통해 자신과 관객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서로의 마음이 열려있음을 느끼는 것이었다.
짜여진 스토리는 필요 없었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내가 하는 이야기를 관객이 이해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했다. 자신과의 소통을 원하고, 의사소통이 폭발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언제든 슈퍼맨처럼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