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군의 전설이 깃든 한벽루
이승철
"저 한벽루 참 멋지고 운치 있는 건물이네요."
"그런데, 저 한벽루를 이곳으로 옮겨올 때 전설도 같이 따라왔는지 모르겠네요."
5월 23일, 충주호 상류인 충북 제천시 청풍면에 있는 '청풍문화재단지'를 둘러보다가 한벽루 앞에서 일행들이 하는 말이었다.
전설은 이랬다. 1593년, 선조 임금 때 이곳 청풍에는 왜병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김장군이란 의병장이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밤 김장군은 칼을 손에 잡은 채 잠깐 앉아 잠든 사이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는 백발노인이 나타나 김장군에게 간절한 청을 하는 것이었다.
자신은 이 남한강에서 백년을 살아온 이무기인데 이제 기한이 되어서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강 건너편 바위 동굴에 천년 묵은 지네가 살고 있어서 먼저 용이 되어 승천하려고 방해를 하는 통에 자신이 용이 되지 못하고 있으니 그 지네를 제거해 달라는 것이었다.
노인의 청을 받고 꿈에서 깨어난 김장군은 꿈에 노인이 일러준 장소인 강가의 한벽루에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밤이 깊어지자 노인의 말대로 커다란 지네 한 마리가 나타났다. 김장군은 칼을 뽑아 재빠르게 지네를 내리쳤다.
그 순간 천둥과 함께 벼락이라도 내리치는 듯한 엄청난 소리와 함께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김장군도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김장군이 깨어난 것은 이튿날 아침 부하 의병들에 의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