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경험>겉표지
김종광
만화의 어느 장면들을 섞은 것 같은 표지가 눈에 띄는 김종광의 <첫경험>은 입학하자마자 아버지 말 안 듣고 데모판을 찾아다닌 '곰탱'의 화려한 청춘기를 담고 있다.
곰탱이 등장하는 시절은 급격한 사회변화를 맞이하던 시절이었다. 그전처럼 대학생들이 모두 모여 독재에 항거하던 때도 아닐뿐더러, 치열하게 사회를 논하던 때가 아니었다. 조금씩 '개인주의'가 사회를 넘어 상아탑까지 스며들던 시절이었다.
그런 때에도 곰탱은 데모를 하러 간다. 무슨 사명감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대학생이니까 그렇다. 한눈에 봐도 철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돈 생기면 술 마시고 노느라 그 날 다 써버리고, 이집 저집에서 빌붙어서 사는 것도 대수로워하지 않는 그는 양심에 털이 있는지 의심조차하기 어려울 정도로 뻔뻔한 대학생이었다.
공부를 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글을 쓴다고 하지만 쓴 걸 보면 낙서를 하는 건지 구분도 안 된다. 항상 바보 멍청이처럼 행동하는데 그러면서도 '활짝꽃'에게는 또 멋진 말을 하려고 한다. 노벨문학상 타면 상금을 주겠다는 그런 것이다. 말이라도 이러면 연애라도 좀 하는가 싶지만, 그것도 아니다. 여자 마음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하기야 곰탱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제멋대로다. 그런 와중에 종종 남을 챙겨주려고 하려고 하니 기가 막히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그러니 어찌 웃기지 않을까.
<첫경험>에서 만날 수 있는 '곰탱'의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인물이다. 그것은 누구인가? 그 시절을 추억할 때, 흔히 떠올리는 '청춘'들의 여러 가지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곰탱을 보는 것은 일종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과 같다. 혹은 그 시절을 상상해보는 것과도 같은데 그 과정이 꽤나 즐겁다. 김종광은 과장스러운 언어와 행동으로 그 시절을 그리는데 특유의 입담이 곁들여져서 그런지 이야기가 술술 넘어간다. 지루할 틈이 없다. 추억을 떠올릴 수 있거나, 혹은 상상하며 웃을 수 있게 해주는 소설, 그것이 김종광의 <첫경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