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2월 전국 국토순례에 나섰던 종교인 생명평화 순례단이 20일 서울 청계천을 지나 보신각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남소연
이날은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종교인 도보 순례단의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날이다.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당도한 순례단은 3백여 환영 인파의 환호소리와 함께 발걸음을 멈췄다.
"한발 한발 걸으며 무지와 탐욕을 지우기 위해 참회하고 또 참회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지도 위에 그린 미몽과 망상의 메모일 뿐이지만, 머지않아 한반도 대재앙의 근원지가 될지도 모르는 '운하 설계도' 역시 한걸음씩 지우고 또 지우며 걸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지금 왜, 무엇이 되어,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생명과 평화의 길을 끊임없이 모색했습니다." '생명의 강 모심 선언문 낭독'을 마친 순례단원들은 서로 바라보며 큰 절을 했다. 103일이라는 시간동안 매일같이 해왔던 서로에 대한, 그리고 강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절을 마친 사람들은 강을 따랐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는지 하나 둘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빨갛게 충혈된 눈을 애써 숨기던 이원규 시인은 옆에 있던 이필완 목사를 감싸 안았고, 이 목사의 눈도 어느덧 벌겋게 달아올랐다. 김민해 목사와 최상석 신부도 서로 등을 토닥이며 "수고했다"고 말했다. 지관스님은 기독교 신자가 선물해 준 십자가를 목에 걸고 아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강을 따라 걷다가 맑은 강물을 만날 때는 순례단의 온몸에도 생기가 돌았으며, 골재 채취와 각종 폐수로 죽어가는 강을 만나거나, 불과 2년 만에 죽음의 사막화가 시작된 새만금 갯벌과 마주칠 때는 그만큼 온몸이 아팠으며, 속울음을 삼켜야만 했습니다.""경제만능주의에 젖어 강을 재물로 바치는 행위 막아야"최상석 신부는 "경북 상주지역의 굽이친 강물과 백사장, 그리고 한강과 낙동강 하구의 수 많은 철새들이 기억에 남는다"라며 "강 길을 걸으며 생명의 강을 반드시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살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신부는 "계속해서 말을 바꾸는 정부의 정직하지 못한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다"며 "우리가 출발하기 전보다 국민들의 마음이 많이 변한 만큼, 국민의 변화가 꿈쩍 안고 있는 정부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눈시울을 붉히던 이원규 시인은 "계속해서 운하 계획이 엉터리라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라며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국민들도 경제만능주의에 젖어 생명의 강을 재물로 바치지 않게끔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시인은 "우리 국민들도 바뀌어야 한다"라며 "진정한 선진국이란 과연 뭔가, 국민소득 4만불에 물질만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뭔지 고민해 봐야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김민해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은 사실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다. 그를 보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라며 "하지만 미움이 있고 분노가 있으면 살릴 수가 없다. 오늘 걸으면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미움이 사라졌다. 그를 위해 기도하고, 강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끝이 아닌 시작..."청계광장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