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를 주제로 종합토론에 나서는 패널들의 모습.
송주민
오랜만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 위해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였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 파동으로 인해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던 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하천정비사업 우선추진' 발언 이후 논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23일 금요일 오후 1시 30분, 서울 고려대학교 생명과학관 오정강당에 모인 전문가들은 '한반도 대운하, 얻을 것과 잃을 것 토론회'를 열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는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등 10명의 관련 인사들이 참여했다. 하버드대의 컬크우드 교수(조경학과 학과장 겸 환경기술연구소 소장)도 참가해 목소리를 보탰다.
6시간이 넘게 진행된 열띤 토론의 현장을 재구성해 보았다.
[반대가 따져 묻다] '지구온난화해결 운하'에서 이제는 '4대강하천정비 운하'?첫 번째로 강단에 선 홍종호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낙동강 운하 우선 추진' 발언과 '단계적 추진 방안' 등 최근 급변하고 있는 운하 사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통령과 찬성 측 사람들은 최근 운하에 대해 단계적 추진이니 치수사업이니 수질보전사업이니 등등 다양한 얘기를 쏟아내고 있다. 목적과 수단이 혼재된 상황에서 2년 동안 운하 문제를 유심히 다뤄온 나도 운하건설의 취지가 뭔지 정말 헷갈린다." 홍 교수는 발제 제목을 기존에 쓰던 '한반도 대운하, 경제적 타당성 없다'에서 '도대체 무엇을 위한 한반도 대운하인가'라고 바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반도 대운하' 찬반 토론에 참여한 반대 측 한양대 홍종호 교수
송주민
이어 홍 교수는 "갑자기 치수사업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기 때문에 무엇을 두고 운하의 경제적 가치를 연구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치권에서는 '대운하'란 이름을 잘못 지었다고도 하던데 운하는 이름이 아니라 사업 구상 자체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또 운하 사업에 대한 정부 측의 '말 바꾸기'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사업이름] 경부운하 → 한반도대운하 → 낙동강운하(현재) [사업계획] 물류운하 → 관광운하 → 지역개발운하 → 지구온난화해결운하 → 수자원확보운하→ 4대강하천정비운하(현재) [추진방식] 전국 동시다발적 공사하여 4년 내 완공 → 단계별 추진 [물류효과] 5000톤 바지선 → 2500톤급 → 1000톤급 [민자유치]100% 민자(유일하게 한 번도 변하지 않은 계획) → "수자원 개선 운하"로 변하면서 100% 민자유치 불가능 [운행속도] 서울 - 부산 1주일 → 40시간 → 36시간 → 30시간 → 이론적으로는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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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이러다가 나중에는 '남북한긴장완화운하'로 옮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백지화가 최우선이지만 이게 힘들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고 논의해야 하는데 이거마저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 교수는 "찬성 측의 '말 바꾸기'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요한다"면서 "반드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 한반도 대운하 계획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가? 운송시설 사업인가? 수질개선 사업인가? 치수 사업인가? 환경친화적 하천복원 사업인가?- 낙동강에 운하를 만들면 어떤 물동량이 구미·대구와 부산 간을 배로 오간다고 보는가? - 100% 민자사업이라는 애초의 계획은 포기된 것인가? (수질개선 사업은 공적인 사업)- 단계별 추진이라는 것이 결국은 한반도 대운하를 하겠다는 것인가? - 기존의 하천정비사업(2008년 총예산 1조 533억원)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밀어붙이기' 자제하고, 충분한 연구 통해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의향은 없나?[찬성의 반박] "물류뿐 아니라 창의적 생활공간으로서의 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