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이 데리고 나와요. 그러면 벌이 두 배가 되요. 꺼멍벌이 수컷이에요. 여왕벌 한 마리가 한정 없이 알을 까요.”
백운산 자락에서 50여 통의 벌을 치는 장씨는 벌과 함께한 세월이 50여년이 훌쩍 넘었단다. 토종꿀은 늦가을에 한번 꿀을 채취한다. 1년 벌 농사를 지어 1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데 자재비와 인건비 등을 제하면 절반 정도 남는다고 한다.
“돈천만원 번디, 한 5백만 원 남어. 자재 들어가지 품 들어가지, 절반정도 보면 맞어.”
한봉의 벌통은 예전에는 속이 빈 통나무를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사각 통을 많이 사용한다. 봉군 세력에 따라 단수를 조절하며 관리를 하나 보편적으로 1년에 8단까지 올린다.
토종벌은 여왕벌 한 마리에 수백 마리의 수벌(웅봉)과 수만 마리의 일벌(동봉)이 봉군을 유지한다. 세력이 많을 때는 일벌수가 2만 마리 이상이 되기도 한다. 여왕벌의 알은 16일이면 성봉이 되어 2~3일 후에 교미를 하게 되고 교미 후 3일이 지나면 알을 낳기 시작한다. 수벌의 알은 23일째에 성봉이 되어 출방 후 12일이 지나면 교미능력을 갖게 된다.
수벌은 저장된 꿀만 축내므로 교미가 끝나는 가을철이 되면 일벌에 의해 벌통 밖으로 쫓겨난다. 토종 일벌은 매우 부지런하다. 20일이면 성봉이 되는 일벌은 처음에는 벌집 짓기, 방청소, 여왕벌 시중들기, 유충사육 등의 벌통 내 일을 하다가 나중에는 화밀과 화분을 채집해오는 일을 맡게 된다.
“여왕벌이 새끼들을 데리고 나가버리면 원통에는 어떤 벌이 통솔하나요?
“알에서 새로 생긴 여왕벌이 원통으로 들어 앉어.”
“벌집이 벌의 체구에 비해서 아주 작네요.”
“벌집도 벌 따라서 커져요. 여왕벌이 벌집마다 알을 실어놓으면 일벌이 먹이를 저장 밀봉을 해요. 벌이 그걸 먹고 커요.
입안에 토종꿀이 사르르 녹아들자 온 몸에 전율이 느껴져
할머니가 망사를 쓰고 벌집을 뜯어내어 벌집 내부를 보여준다. 할아버지는 꿀을 칼로 뚝 떼여 맛보라며 벌집 채 건네준다. 입안에 꿀이 사르르 녹아들자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일반적인 꿀맛과는 전혀 다른 이게 진짜 꿀맛이다.
“한번 잡숴봐.”
“와 진짜 꿀맛이네요.”
“벌집 뵈겨 주께.”
“여왕벌 보여주세요?”
팔에는 토시를 얼굴에는 그물망으로 완전무장하고 벌집으로 살살 접근했다. 날아오르던 벌들이 연기를 뿜어대자 기세가 한풀 꺾였다. 거울을 이용해 여왕벌을 관찰했다. 한가운데 노랗게 돌출된 부분 안쪽에 여왕벌이 있다.
“분봉이 곧 나올 성 싶은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틀림없이 분봉을 할 것이라고 장씨 할아버지가 예견했었는데 오후가 되자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벌이 분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2008.05.24 09:49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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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보다 먼저 떠서 캄캄한 신새벽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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