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인식 부족한 대국민 담화

시야를 가리고 달리는 광란의 질주를 멈춰라

등록 2008.05.22 15:11수정 2008.05.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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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했다. 실망스러운 담화였다. 국민들이 무엇 때문에 분노하고 있는지, 그 분노가 어떻게 쌓여왔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자기반성이 없는 담화문이었다.

 

담화문은 총 52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뢰적인 인사와 대국민사과 문장을 빼면 사회적 현안은 소고기 협상과 한미FTA에 대한 것이 전부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대운하 건설문제, 의료민영화문제, 교육문제 등에 대한 언급이 누락되어 있다.  그뿐 아니다. 국민들의 분노가 쌓이기 시작한 고소영내각, 강부자내각, 형님내각, 그리고 정책혼선에 대한 언급 하나 없다.

 

국민들의 마음을 읽지 못해도 이렇게 못 읽을 수 있을까.  한 나라의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문을 낭독한다는 것은 ‘국가적 갈등’이 첨예하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담화문에 담겨 있는 사회적 인식이 저열해도 이만 저열하지 않다.

 

담화문의 형식을 좀 더 보자. 소고기 관련 문장은 10개, 한미FTA 관련문장은 25개이다. 이것을 비율로 보면 소고기 관련은 19%, 한미 FTA는 48%이다. 인사말과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말을 뺀다면 이번 담화문은 한미 FTA 조기인준을 호소하는 담화문인 것이다.  

  

소고기 대국민 사과 대해서는 내용의 부족함을 차치하더라도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미FTA에 대한 것은 국회의원 그것도 임기가 10일도 남지 않은 17대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어찌 대국민 담화문이라 할 수 있는가. 17대 국회의원들에게 읍소하는 담화문이지. 

 

이명박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정국인식이 얼마나 저열한지 볼 수 있는 담화문이다. 소고기협상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한미FTA를 반대하는 세력들의 책동에 의한 것이라는 무의식을 표출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한미 FTA만 하면 경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자기도취에 빠저 있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미 FTA가 경제성이 있더라도 그 효과는 수년뒤에나 발휘된다. 747공약에 대한 환영에 사로잡혀 조급증을 드러내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CEO의 모습을 담화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돈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상식에 기초한 국민적 분노도 읽지 못하는 ‘소통불가’ 이명박 정부를 보고 있노라면 애처롭기까지하다. 또한 70% 이상 대운하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국민여론을 보지 못하고 ‘4대강 개선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대운하를 건설하려고 한다. 

 

그 쇠고집에 국민들이 피곤해질 정국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총체적으로 보지 못하는 사회 인식은 마치 옆 시야를 가리고 질주하는 경주마와 같다. 이명박 정부가 언제까지 시야를 가린 채 광란의 질주를 할지 우려스럽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CEO가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것을 이명박 대통령은 알아야 할 것이다.

2008.05.22 15:11ⓒ 2008 OhmyNews
#대국민담화 #이명박 #소고기 #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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