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부 경찰서, 경찰이 새롭게 달라지겠다는데 어떻게 달라지겠다는건지?
이장연
공공장소에서는 개인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행위도 가능하다?암튼 경기광명경찰서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대리받은 수사관이 경찰서로 돌아오기까지, 사무실에 자리하고 있기가 불편해 담당 수사관이 도착하면 전화를 달라고 동료 수사관에게 연락처를 남겨놓고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화창한 5월 한낮의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더군요.
그런데 딱히 갈곳도 없어, 경찰서 민원실로 향했습니다. 공공기관에는 일반 시민이나 민원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가 대부분 비치되어 있다는 것이 떠올라, 오전에 작성한 블로그 포스트를 다시 살펴볼 생각이었습니다. 민원실에는 예상대로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 한 대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다른 이용자가 없어, 바로 컴퓨터 전원을 켜고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오전에 확인치 못한 이메일을 체킹하고,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관련 뉴스 등도 살펴봤습니다. 그 뒤 메타블로그인 올블로그와 티스토리 블로그(
http://savenature.tistory.com/1647)에 접속해 봤습니다. 오전에 발행한 진성고 관련 포스트에 반가운 블로거들의 응원 댓글이 달려있더군요.
그래서 응원에 화답하는 댓글을 달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 등뒤에서 낯선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을 느끼고 섬뜩 놀랐습니다. 뒤돌아보니 흰제복을 입은 민원실 경찰(남성)이 서있었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블로그에 댓글을 달고 있는 것뿐인데, 그는 모니터를 지긋이 훔쳐보고 있습니다.
너무 황당해 "왜 기웃거리시나요?"라고 물으니, 그 경찰은 특유의 고압적인 말투로 "인터넷으로 뭘하나 봤다"고 하더군요. 그 대답에 기분이 팍 나빠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개인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인터넷을 할 경우, 누구나 볼 수 있는거 아니냐"라는 인권의식수준을 의심할 만한 황당한 말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우연히 보게 되는 것과 훔쳐보면서 감시하는 것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듯 싶었습니다. 어쩌면 투철한 직업정신 때문에 시민들에 대해 일상적인 감시를 하는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공개된 장소라 해도 민원인이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훔쳐보고 감시하는 게 일이냐?"고 되물으니, 그제서야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더군요.
따가운 감시의 눈초리를 의식하고 있을 때, 담당수사관이 도착했다는 전화가 와서 컴퓨터를 끄고 민원실을 빠져나왔습니다. 나오는 길에 민원실 입구 정면에 붙어있던 민원행정 서비스 헌장을 훑어보았는데, 참 좋은 말들이지만 말만 무성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민원인의 불편을 해소하고, 쾌적하고 안락하게 민원실을 조성하겠다는 민원서비스 이행표준도 무색했습니다.
다시말해, 인천서부 경찰서 민원실 경찰의 주요업무는 1) 고소·고발·진정 접수, 2) 사실확인원 발급, 3) 정보공개, 4) 헤어진 가족찾기 등이지, 경찰서를 찾은 민원인이나 시민의 인터넷, 컴퓨터 이용까지 훔쳐보거나 감시하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