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께 행복을!

몸으로 실천하는 효체험학습

등록 2008.05.21 17:31수정 2008.05.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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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들의 결혼 행진 공연 장면입니다
꼬마들의 결혼 행진 공연 장면입니다장옥순
꼬마들의 결혼 행진 공연 장면입니다 ⓒ 장옥순

 

예로부터 효는 모든 행동의 근본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세상 모든 일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웃어른을 공경하고 이웃과 서로 아끼는 생활을 강조하는 학교생활 속에서 효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며 우리 영암덕진초등학교(교장 배남주)에서는 19일 오후, '영암 효병원'을 찾아 입원해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로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공연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며칠 전부터 출연 종목을 연습했답니다. 유치원생과 1학년들은 최은주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꼬마들의 결혼 행진'을. 2학년은 편지 낭독하기, 5,6학년은 그동안 열심히 배워온 사물놀이 '달오름소리'를 공연했답니다.

 

영암 효병원에서 요양 중인 70여 분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신랑 각시로 분장하고 아름다운 무용에 맞추어 결혼 행진 풍경을 묘사하는 귀염둥이들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답니다. 

 

아마 손자 손녀들을 생각하시며 잠시 동안이나마 아픔을 잊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차려 입은 꼬마 아가씨들과 턱시도를 갖춰 입은 깜찍한 남자 아이들의 앙증맞은 연기, 사탕 부케를 준비해 공연에 심혈을 기울인 유치원 최은주 선생님의 정성이 짐작이 갔습니다. 무용 가르치랴, 의상까지 챙겨 입혀서 무대에 올려 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편지를 낭독하는 2학년 최은비
편지를 낭독하는 2학년 최은비장옥순
편지를 낭독하는 2학년 최은비 ⓒ 장옥순

 

두 번째로 이어진 편지 낭송 시간에는 2학년 최은비 양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로하는 편지를 읽었답니다.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로하고 빨리 나으시기를 마음으로 마음 속으로 응원한다는 어린 꼬마의 편지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작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가장 절정을 이룬 장면은 사물놀이팀이 달오름소리 공연을 할 때였습니다. 우리 학교 사물놀이팀은 그동안 실력있는 외부강사(정지하)를 초빙하여 방과후학습으로 꾸준히 실력을 연마해 온 수준 높은 팀입니다. 일전에도 좋은 공연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올해 영암 왕인축제 개막식에 초청되어 많은 갈채를 받은 팀이기도 합니다.

 

 사물놀이 달오름소리 공연 장면
사물놀이 달오름소리 공연 장면장옥순
사물놀이 달오름소리 공연 장면 ⓒ 장옥순

 

"효병원에 다녀왔어요" - 2학년1반 최은비

나는 오늘 효병원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께 편지를 읽어 드렸다. 편지를 읽어드렸더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눈물을 흘리셨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닦아드렸다. 그랬더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칭찬을 해주셨다. 기분이 참 좋았다. 그리고 언니들과 함께 동요도 불러 드렸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니까 내 마음도 상쾌해졌다. 과자도 함께 나누어 먹었다. 고마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마음 속에 오래오래 간직해야겠다.

신명나는 사물놀이 가락에 병마를 떨쳐내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시기를 바라는 어린 학생들의 비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조그만 친절이, 한마디 사랑의 말이 저 위의 하늘나라처럼 이 땅을 즐거운 곳으로 만든다'는 J.F.케네디의 말처럼 우리 아이들이 펼친 효생활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야 할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날 가난한 조국의 일꾼으로 열심히 살아오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병마에 시달리며 힘든 노후를 보내시는 모습을 외면하지 않고 교실에서 실천할 수 없는 효도하는 삶을 실천한 것입니다. 인성 교육은 실천하는 그 자리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기에 메닝거는 '사랑은 사람을 치료한다. 사랑을 받은 사람, 사랑을 주는 사람 할 것 없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릅니다.

 

효체험학습에 참가하여 편지글을 낭송한 우리 반 최은비의 일기를 통해 실천하는 인성교육의 효과가 얼마나 큰가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인성교육은 책 속에서 걸어나와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함을 보여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교닷컴, 에세이,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5.21 17:31ⓒ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교닷컴, 에세이,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효체험확습 #인성교육 #덕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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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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