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사이 반짝반짝 변신한 신발들
김현자
서울 사람들은 물론 지방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이 도매 시장 근처에서 아저씨 아주머니는 30년 가까이 구두를 닦고 수선을 하고 있단다. 올해 63세이신 아주머니가 38세부터 구두를 닦기 시작했다니 횟수로 26년째, 남편의 일손을 거들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일터의 동반자가 되었단다.
구두 굽갈이와 밑바닥 덧붙이기 등 험한 일은 아저씨 몫, 반짝반짝 윤기가 나도록 닦는 것은 아주머니 몫이다. 잠시 이야기 나누는 동안에도 구두 몇 켤레가 아저씨 아주머니 손을 바삐 거쳐 갔다. 묵묵히 일하시면서 어쩌다 한마디씩 거드는 아저씨와 구두를 닦으면서 웃음기가 떠나지 않는 아주머니와 십여 분가량의 이야기.
어떻게 구두를 닦기 시작하셨는가? 자제분은 몇? 어떻게 구두 닦을 생각을? 등 이런저런 것을 묻는 내게 아주머니는 웃으시며 대뜸 물으신다. "그런데 기자세요?"라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옛날 생각이 나서, 기껏 목이 아프도록 길을 알려주었더니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이, 화까지 내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제발 좀 적어졌으면 하는 나의 바람을 담아 인터넷에 글을 올려 보려고요." 이런 말로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 블로그에 글을 올릴 거라고, 글을 볼 수 있는 명함까지 건넸다.
"못하는 것은 당연히 혼나야지!" |
(<오마이뉴스>란 말을 듣고 묵묵히 일하시던 아저씨께서 하신 말씀이 반가워 몇 마디 더 나눈 대화를 옮겨봤다.)
"아, 그 유명한 신문?" "당신은 어떻게 아시우? 언제 들어가 봤소?"(아주머니께서 눈을 힐끗~)
"아니 난 못들어 가 봤어. 그래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지."
- 어르신 연세에 있는 분들은 많이 모르던데, 안다고 해도 너무 과격(진보)하다느니 정부 하는 일에 반대를 많이 한다느니 식의 말로 별로 좋지 않게 바라보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던데?(웃음) "난 그래도 그런 색깔이 좋아. 나이든 사람들이라고 정부 하는 일에 무조건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 잘한 것은 잘한 거고 못하는 것은 당연히 혼나야지, 안 그래?"
- 요즘 <오마이뉴스>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적극 반대하거든요. 한반도 대운하도 마찬가지고? "당연히 반대해야지. 그런 것은 (오마이뉴스가) 참 잘하는 일이지." (덧붙여, 옮기기에는 뭣한 말은 생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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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라는 이름에 옆에서 묵묵히 일을 하시던 아저씨께서 반색을 하신다.(옆 상자 내용 참조)
예전에 '길 물어보지 마세요', '길 물어보아도 안 가르쳐 줌'이란 글도 본적이 있다.
그럼에도 물어볼 사람이 없어 물어보았더니 대꾸 한마디 전혀 없던 동대문 시장 근처 어떤 아저씨, 아니 노골적으로 길을 안 가르쳐 준다던 사람이다. 그 순간 기분이 나쁘기도 했지만 결국 난 이해하는 쪽이었다. 나 역시 지난 날 너무 적나라하게 겪은 일이므로.
자동차 매연 속에서 하루 1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주기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손님도 아닌 나와 선뜻 이야기를 하시던 아저씨 아주머니, 두 분이 그런 글을 써 붙인 이유는 길을 알려주어 고맙다는 10% 인사마저 사라지는 예의 없는 사회, 예의 없는 어른들을 그대로 따라 할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구두를 잘 닦지 못해 구두를 잘 닦는 선생님한테 구두 닦는 법을 배우기도 했었지.(웃음) … (이런 저런 이야기 더) … 그럼. 애들은 다 컸지. 이제 먹고 살만큼은 충분히 돼. 그래도 일하는 것이 좋잖아. 한 가지 걱정이라면 딸은 시집을 갔는데 아들이 장가 갈 생각을 않고 있다는 거야. 올해 34살이거든…. 그런 큰 신문에 실릴 만큼 어디 대단한가? 우리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사람들 이야기가 더 많이 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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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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