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임축제 유진규 예술감독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남궁범윤
-2007-2008 2년 연속 최우수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춘천마임축제가 올해로 20살이 됐는데요. 그에 대한 마임축제 예술 감독으로서의 감회가 새로우실 텐데요."지난 20년을 돌아보면, 마임축제는 절벽 위의 소나무 같아요. 영양분 없이 바위틈에서 자랐지만 뿌리가 튼튼한 소나무처럼 멋지게 자라줬습니다. 그런 모습으로 대한민국 최우수 축제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기쁜 것이 사실이죠. 그리고 우리나라 축제를 보는 안목 또한 인정할 만하다는 거죠."
- 원래 전공이 수의학이었는데요. 어떻게 마임니스트가 되셨나요?"대학교에서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전공인 수의학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고등학교 때 억눌려 지냈으니 자유롭고 싶기도 했고, 나를 표현한다는 데 굉장한 매력을 느꼈죠. 학교는 가는데 수의과로 가는 게 아니라 연극부실로만 가니까 휴학을 하게 됐고, 많은 고민 끝에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연극의 길로 들어섰죠. 처음엔 연극을 했는데 내가 들어간 극단이 상당히 전위적인 실험연극을 하는 곳이라 거기서 신체 표현을 배울 때 마임을 배웠어요. 그러다 마임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결국 마임니스트가 된 거죠."
"내 위로는 선배가 없어요" - 마임 1세대로서 자부심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마임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알고 있는 사람이 손에 꼽힐 정도였죠. 우리나라에도 채플린 영화나 서커스에서 판토마임은 있었으나 공연예술로서의 마임은 68년도에 처음 소개되었거든요. 나는 72년도에 마임을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했어요.
내 위로는 선배가 없어요. 예술은 늘 독창적이고 새로워야만 하는데 마임이라는 게 완전히 새로운 분야였죠. 그게 외롭기도 했지만 굉장한 자부심이었어요. 새로운 장르를 하는 사람이라 매스컴의 주목도 많이 받았고요. 젊은 사람들에게도 꼭 새로운 걸 택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혼자서 하는 짓거리라고 예술 취급 못 받았던 마임에 대한 인식을 춘천마임축제가 바꾼 것에 대해 보람을 느끼죠."
-춘천마임축제가 세계 3대 마임축제로 꼽히는데, 다른 마임축제와 비교해 춘천마임축제만의 특성이나 차별화 전략이 있나요?"춘천국제마임축제는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있어요. 우리가 열흘 동안 공연하는데 공연자가 칠백 명 정도 됩니다. 공연가짓수만도 백 개가 넘어요. 잘 알려진 런던 마임축제와 프랑스 미모스 마임축제를 다녀와 봤는데 두 축제는 프로그램 수준은 분명 세계 정상급이죠. 하지만 프로그램의 다양성이나 규모는 춘천국제마임축제가 훨씬 낫죠. 다만 춘천국제마임축제는 질적인 수준을 더 높여야 하고, 정체성도 찾아야 합니다."
"춘천시가 행정력 발휘해주지 않아 아쉬워"-스무 해간 춘천마임축제를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대개 축제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정치 도구처럼 되어있는데 춘천마임축제는 마임의 생존을 위해 자체적으로 생겨났어요. 우리가 처음 한국마임페스티벌로 시작했을 때, 돈은 없었지만 우리의 생존을 위해 축제를 열었기 때문에 어려울 게 없었습니다. 우리는 돈을 안들이면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비법을 터득했죠.
대부분 상당기간동안 무보수로 일했고, 깨비라는 이름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죠. 춘천마임축제에서 정말 어려웠던 문제 중 하나는 춘천시와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지금도 춘천시가 춘천마임축제의 공동주최자가 아니고, 후원자로 들어와 있어요. 민간인이 주도하는 축제라는 거죠. 이런 의도는 좋아요. 하지만 춘천시의 행정력을 발휘해주지 않는 것은 아쉬워요. 시와 지역축제가 상생해야만 축제의 질도 더 높아질 수 있는데 말이죠. 춘천마임축제가 성장할수록 춘천의 위상도 높아지는 거잖아요."
-이번 춘천마임축제에서 추천할 만한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신다면?"먼저 두 작품을 추천하고 싶은데요. 하나는 독일 공연팀의 <판도라 88>입니다. 페브릭 컴퍼니의 판도라 88은 세계에서 제일 큰 공연예술축제인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2003년도에 상을 네 개 받았어요. 다른 하나는 한국 공연팀 '사다리 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입니다. 이 공연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상을 네 개 받았어요. 이 두개의 공연은 세계에서 인정을 받은 작품입니다.
하나 더 소개하자면 5월 23~24일에 어린이 회관에서 열리는 <달콤한 도살장>입니다. 다양한 공연과 클럽식 파티를 같이 하는 거니까 단순히 공연만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