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로고.
인권위
몇해째 고교 우열반 편성을 사실상 용인해온 강원도교육청(교육감 한장수)이 궁지에 몰리게 됐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지난 19일 "우열반(성적우수반과 보통반) 운영은 학생 평등권 침해"라면서 교육감과 해당 학교장에게 시정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해당 학교장과 교육감에게 시정 권고인권위는 이날 "상시적인 성적우수반을 편성하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차별적 분리교육 체계를 구성하여 헌법 제11조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결정한 뒤 "해당 10개 학교장들은 성적우수반 제도를 시정하고, 지도감독 책임이 있는 강원도 교육감은 성적우수자반이 시정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전교조 강원지부는 지난 해 4월 "강원 지역 A고교 등 10개 학교가 우별반을 편성해 시도교육청에 잇따라 관리감독을 요구했지만 이를 무시했다"면서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한 바 있다.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우열반 금지 지침'을 폐지한 교과부의 '4.15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과 맞물려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교조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4.15 조치가 우열반을 허용해 학생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단식과 집회 등을 벌여오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공교육 기관은 학생에 대한 균등한 기회제공을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결정문 해설 글에서도 "생활공동체인 학교는 학업성적만을 얻기 위한 장이 아니라, 다양한 생활환경을 가진 또래의 아이들이 어울려 살면서 인격적 성장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면서 "아동에게 임의적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분리하여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아동의 잠재력을 위축시키며 성장의 기회를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위는 "임의적 기준에 따라 나누어진 아이들에게 배제감과 박탈감, 열등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과목별 우열반(수준별 이동수업) 편성 또한 차별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인권위는 상시적 우열반 편성에 대해서 "학생을 분리시키는 교육은 학생들에게 열등감·배제감 등의 정신적 외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바, 이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학생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교조 강원지부 "환영"... 교육당국 수용은 더 두고 봐야이번 결정에 대해 진정서를 낸 권혁소 전교조 강원지부장은 "도교육청에 몇 차례에 걸쳐 우별반 시정을 요청했지만 그대로 방치해 진정을 내게 됐다"면서 "상시적 우열반 편성은 물론 과목별 우열반 편성에 대해서도 인권위가 사실상 평등권 침해라고 규정하는 등 환영할만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권 지부장은 "분리교육이 학력신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국제연구 결과를 교육청과 교과부가 새겨들을 때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강원도교육청과 교과부가 이번 인권위 결정을 전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교육당국은 이제껏 과목별 우열반은 권장하는 대신 상시적 우열반의 존재 여부를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권위의 권고결정은 말 그대로 권고의 효력을 가질 뿐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이런 탓에 교육당국이 인권위 결정을 수용할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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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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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우열반 평등권 침해"...교과부 "교육청 통보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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