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 수제비이 집 수제비는 반죽을 할 때 뽕잎가루를 섞어 연초록빛을 띠고 있다
이종찬
다슬기 알갱이가 '저요! 저요!' 마구 떠오른다"
저희 집은 저 섬진강에서 잡은 다슬기만 쓰기 때문에 중국산 다슬기를 쓰는 다른 집과는 맛이 아예 다르당게.""다슬기 국물에 넣은 수제비 색깔도 초록빛이네요?""우리 집은 수제비 반죽을 할 때 뽕잎을 볶아 만든 뽕잎가루를 쓰기 때문에 맛이 훨씬 좋당게. 오뉴월 보약이 따로 없은게." 이 집 다슬기 수제비는 온통 푸르딩딩하다. 국물은 하늘빛과 진초록빛을 풀어놓은 듯하고, 수제비는 이곳 섬진강을 에워싸고 있는 산빛을 죄다 끌어모아 반죽을 해 놓은 듯 부드러운 초록빛이다. 이윽고 다슬기 수제비 국물 맛을 보기 위해 숟가락으로 슬쩍 휘젓자 그릇 바닥에 빼곡히 가라앉아 있는 다슬기 알갱이가 '저요! 저요!' 하듯 마구 떠오른다.
상 위에 놓인 가지나물과 콩나물무침, 묵은지, 단무지무침, 도토리묵, 부추김치 등 밑반찬도 깔끔하다. 다슬기 수제비를 입에 후루룩 떠 넣고 씹는 맛! 쫄깃쫄깃 달착지근하게 혀끝에 착착 감기는 맛이 기막히다. 다슬기 수제비 위에 새콤한 묵은지나 단무지무침을 올려놓고 먹는 맛도 일품이다.
다슬기 수제비를 후룩 후루룩 먹으며 가끔 떠먹는 하늘빛 다슬기 알갱이의 고소하면서도 쫄깃한 맛도 끝내준다. 특히 부추와 애호박, 세송이버섯, 풋고추, 송송 썬 대파, 양파, 다진 마늘을 넣고 만든 다슬기 수제비의 하늘빛 국물맛은 속이 시원하다 못해 몇 년 앞에 먹은 술독까지 모두 다 땀으로 쏘옥 쏘옥 빠져나오는 듯하다.
이 집 다슬기 수제비가 입 속에서 아주 매끄럽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은 수제비 반죽을 아주 얇게 뜯어 넣는다는 데 있단다. 그렇게 감칠맛이 계속 맴도는 다슬기 수제비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비워내고 나자 세상 시름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하다. 더불어 어제 늦게까지 마신 술로 꽤 무거웠던 몸이 다슬기 수제비 한 그릇으로 깃털처럼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