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도매상 앞지난 주말, 동네 문화잔치를 펼치면서, 여태껏 문구도매상한테 빼앗겼던 우리들 골목길과 거님길을 되찾았습니다. 비록 딱 하루뿐이었지만. 여느 때에는 이 앞이 도매상 물건과 짐차 때문에 무척 어수선합니다.
최종규
1층으로 내려와 문간에 섭니다. 헌책방과 문구 도매상이 있는 이 거리에서, 헌책방은 가게 앞에 책을 내어놓고 있지 않으나, 문구 도매상은 사람들 걷는 길과 차 다니는 길에까지 물건을 잔뜩 벌여놓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소매 문방구에서 물건 실으러 오는 차, 또 공장에서 떼어오는 물건을 내리는 차는 두찻길로 된 한쪽을 꽉 막아섭니다.
길 한쪽에는 하염없이 세워져 있는 자동차가 있고, 길 건너편은 도매상 짐차가 뻔질나게 드나듭니다. 이분들한테는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씽씽 내달리는 차에 치이지 않고 느긋하게 걸어다녀야 할 거님길에 ‘짐을 부려놓지 않는 일’에는 한 번도 마음을 기울인 적이 없어 보입니다. 동네 분들이 몇 차례 말한 적이 있다지만, 대꾸는 싸늘했답니다.
찻길을 걷습니다. 거님길은 도매상 물건으로 꽉 차 있으니까요. 도매상이 끝난 곳에는 거님길도 끊어져 있습니다. 차가 다닐 길만 마련되어 있고, 사람이 거닐 자리는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도매상 앞을 벗어났어도 찻길로 걷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사람 거니는 길이 아니라 차가 싱싱 달려야 하는 길에서 마음을 졸이며 걸어야 하나, 생각하다가 금곡제일슈퍼가 보이는 금곡동 48번지께에서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히유, 이제부터는 자동차 시달림에서 벗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