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조각 사원 문 위로 섬세하면서도 살아 움직이는 듯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전용호
천계와 인간세계를 구분한다는 해자는 물이 말라버렸다. 해자를 건너 사원으로 들어간다. 붉은 벽돌담으로 둘러싸인 사원 안에는 탑이 있다. 그 탑마다 새겨진 정교한 부조는 마치 살아있는 듯 섬세하다. 이러한 정교한 조각은 도굴되었던 아픈 역사를 간직하며, 지금의 화려한 탑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태양은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지금 온도가 얼마 정도 되는지 물으니 40도 정도라고 한다. 땀이 줄줄 흐른다. 붉은 돌탑 사이에 서있는 게 화로 속에 들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안내인은 열심히 힌두교 신화를 설명하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그리스로마신화와 비슷하다고 한다. 어려운 신들의 이름이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저 아름다운 부조 조각에 마음을 빼앗길 뿐이다.
넓은 평원에서 무얼 먹고 살아가는지... 다음 일정은 롤로스(Roluos) 유적군 답사다. 롤로스 유적군은 씨엡립 남동쪽에 위치한 3개의 사원(바콩, 롤레이, 프레야코)으로 이루어 졌으며, 과거 크메르 문명의 고대 중심지다. 비포장도로를 한참 타고 간다. 우리가 타고 있는 차는 17년 된 소형버스지만 얼마나 애지중지 했는지 에어컨도 시원하고 내부도 새차처럼 깨끗하다.
길 양 옆으로 메마른 논이 끝없이 펼쳐진다. 야자나무가 군데군데 서있는 광경이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는 미국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람보>나 <코만도> 등이다. 영화 속에서는 수많은 군인들이 총질하면서 쫓아오지만 총알 하나 맞지 않고 넓은 평원을 잘도 도망 다닌다. 한때 그런 영화를 보고 열광했던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다시 포장도로를 만난다. 이 길을 따라가면 수도인 프놈펜이 나온다고 한다. 여전히 띄엄띄엄 농가가 보인다. 무얼 먹고 살아가는지…. 하지만 걱정이 없다고 한다. 이곳은 넓은 농토가 있고 우기가 되면 논에다 씨앗을 뿌리고 거둬들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먹는 것은 해결이 된다고 한다. 덧붙여서 행복지수도 무척 높다고 한다. 행복지수는 경제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높다고는 하지만….
붉은 벽돌이 속살을 드러낸 롤레이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