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6일 경기 포천 영북면의 한 한우농가를 방문해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한편, 대통령의 탄핵을 제안하는 것은 쇠고기 협상에 대한 정책적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는 정치적 의사표시행위이다. 대통령 탄핵은 엄연히 헌법에 규정된 법적 제도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을 가진 행위라고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이것이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면, 2004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였던 국회의원과 언론은 모두 명예훼손죄로 함께 수사하여야 한다. 아직 공소시효도 남아있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이른바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이다. 반드시 고소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실무상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시작되고 수사기관은 기소 전에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는지 의견을 들어 그 의견에 따라 기소여부를 결정한다.
명예훼손죄로 수사하려거든 대통령 본인이 먼저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밝히고 직접 고소를 하여야 마땅하다. 당사자의 고소도 없는데 수사기관이 먼저 나서서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은 수사의 정도를 벗어난 것이다.
['광우병 괴담' 유포] 글쓴 이 목적 꿰뚫어보는 경찰의 '관심법'임채진 검찰총장은 5월 7일 '전국 민생침해사범 전담 부장검사 회의'에서 "거짓과 과장된 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함으로써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를 왜곡해 사회 전반에 불신을 부추기는 것은 심각한 범죄"라고 수사의지를 밝혔다. 검찰이 검토하고 있다는 심각한 범죄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조항이다. 살펴보자.
<전기통신기본법>제47조 (벌칙) ①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②자기 또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 조항으로 처벌하려면 글쓴 자가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가지고 글을 썼다는 것을 수사기관이 입증하여야 한다. 수사기관은 광우병 논란이 사회를 혼란시키려는 좌파의 조직적 사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마음 속으로 믿고 있는 듯 하다.
광우병과 완전 수입개방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것은 정반대로 누가 보더라도 지극히 국가와 사회, 건강을 걱정하는 의사표시이다. 수사기관이 수많은 네티즌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글을 썼다고 주장하는 것이야 자유이지만, 법적 영역에서 보자면 이는 100% 입증 불가능하고 100% 기각될 헛수고에 불과하다.
나아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라는 요건은 형사처벌조항임에도 매우 추상적이고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규정으로써 위헌성이 큰 악법조항이다.
과거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였는데, 헌법재판소는 위 규정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내용을 살펴보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 여기서의 "공공의 안녕질서"는 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의 안전보장ㆍ질서유지"와, "미풍양속"은 헌법 제21조 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이처럼,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헌법재판소 2002. 6. 27. 99헌마480 전원재판부)
위헌결정 이후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은 불온통신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식으로 바뀌었는데, 이번 광우병 관련 통신내용은 그 중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는 이미 위헌결정이 내려진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보다 더욱 추상적인 조항으로서 위헌성이 더욱 크다. 수사기관은 이 조항을 근거로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수사기관은 광우병과 관련한 많은 네티즌의 말들이 허위라고 무슨 근거로 단정을 하는가. 약간의 과장이 있을 수 있으나 광우병의 위험성과 전파경로에 관한 이야기들은 지금도 논란이 진행중인 것이고, 그들 대부분은 나름의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아직 검증이 100%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네티즌이 나름의 정보를 가지고 주장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할 수 없고 위법성도 없어 처벌 불가능하다.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는 여기서도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