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삼매경에 빠진 어린이들"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 학생들이 <아침독서>를 하는 장면. 가미히라이 초등학교는 지난 1996년부터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아침 독서>를 실시하고 있다. 집단따돌림과 등교 거부, 기물 파손, 교사에 대한 반항, 수업 불성실 등으로 '학교 붕괴' 위기를 겪고 있었으나 <아침독서>로 이 같은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했다고 한다.
신향식
일본에서 <아침독서> 운동을 전국적인 규모로 전개한 것은 학생들의 독서 기피 현상과도 관계가 깊다. 태평양 전쟁 후 일본 학생들의 독서 기피 현상이 점차 심화돼 1990년대 후반에 그 정점에 달한다. 그 예로 지난 97년 제43회 학교독서 조사(마이니치 신문, 전국 학교도서관협의회 조사)를 보면 초중고교생의 한 달 독서량은 각각 6.3권, 1.6권, 1권으로 이 조사를 실시한 이래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 왜 당시 학생들의 독서 이탈 현상이 최고조에 달했을까. 그것은 당시 사회 현상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때는 고성능 비디오 게임이 폭발적인 붐을 이뤄 어른 아이할 것 없이 게임에 빠져들었고, 가정에서도 감각적인 TV 화면에 몰입하는 사회현상이 나타났다. 동시에 학교 현장에서는 집단따돌림(이지메), 학급 붕괴, 학생 흉악 범죄 등의 문제가 크게 증가했다. 고베에서 중학생이 연쇄살인한 사건도 이 때 발생했다.
아침독서 추진협의회 오쓰카 에미코 이사장(62)에 따르면 이 사건이 보도된 뒤 일본 전국의 각급 학교에서 '아침 독서' 도입에 관한 문의가 쇄도했다. 이제까지 주입식 교육에만 충실했던 교육현장에서 정작 중요한 '심성 교육'이 결여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교육 관계자들이 곧바로 실천할 수 있으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독서를 주목한 것이다.
그때까지 해마다 200개 교 정도씩 늘어나던 '아침독서' 학교가 이듬해부터는 3배 이상인 약 700개 교로 증가했다. 이후 해마다 평균 3천 개의 학교가 '아침 독서'를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이 해를 '아침 독서의 해'로 선포하고, 이듬해 12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활동추진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법률에 의해 전국 지자체에는 지역 어린이들의 독서활동 계획 수립과 환경 정비가 의무화됐다. 그리고 2005년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문자·활자문화진흥법'이 공포됐다. 국민의 활자 이탈현상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국가와 지자체에 대해 활자문화 진흥과 독서환경 정비에 필요한 재정상 각종 조치를 취하는 것이 법으로 규정됐다.
일본 사회에서 이처럼 '아침독서'가 강조되는 것은 일본 학생들의 충격적인 성적표도 한몫했다. 지난 2004년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한 학습도달도 조사에서 일본 학생의 학력이 이전 조사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학생들이 어느 정도 익히고 있는가를 OECD 가맹 41개국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평가한 것으로, 일본 학생들의 성적이 수학 분야에서 전년 1위에서 6위로, 독해력은 8위에서 14위로 크게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특히 주목할 것은 모든 학력의 토대가 되는 독해력 저하다. 독해력이 떨어지면 모든 교과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필연적이고, 공부 이외에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기본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가운데 일본 교육전문가들 사이에 인간성을 키우는 독해력을 익히는 방법으로 독서의 습관화가 가장 효과적으로 꼽히며 책읽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아침 독서'를 실시한 지 3년째 접어들었을 때 일선 학교 내부에서는 '그냥 읽게만 해도 좋은가, 혹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가'와 같은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아침 독서'는 특별한 지도가 필요없기 때문에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교사도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왜 '아침 독서'를 아이들이 거부감없이 매끄럽게 받아들였는지를 살펴보면 이런 교사들의 염려가 기우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