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에서청보리밭을 보고 아내는 기분 좋아 했다. 아이들도. 나도...
변창기
보리밭.
내 어렸을 때 살던 동네 염포엔 온통 들과 밭과 논이었는데 지금은 대규모 공장만이 삭막하게 서 있답니다. 그땐 학교 오가면서 길가에 널린 보리밭에서 보리 한 줄기 뽑아 보리피리를 만들어 불곤 하였답니다.
보리 줄기를 뽑으면 중간쯤 분리되어 뽑히지요. 그러면 그 중 밑둥을 손가락 길이 만큼 잘라내고 뿌리 부분을 앞니로 잘근잘근 씹은 후 입에 물고 '후' 하고 불면 '삐이' 하고 소리가 나지요. 같이 가는 동무들도 하나씩 뽑아 보리피리 만들어 여기저기서 '삐이' 소리를 내면 어느새 보리피리 합주가 되곤 했답니다.
보리가 다 익고 타작이 시작될 때 우리는 모여 보리밭을 훑고 다닙니다. 그러면 보리 이삭이 많이 버려져 있습니다. 우린 그 보리 이삭들을 주워 모아 보리 짚단으로 불을 질러 거기다 보리 이삭을 넣고 익히지요.
그런 후 손으로 비벼 보리 알갱이를 불리하여 후 하고 입바람을 불면 티는 다 날아가고 구워진 보리알만 남지요. 그것을 입안에 털어 넣고 씹어 먹습니다. 고소하고 맛있었어요. 한참 그렇게 보리를 비벼 먹은 후 얼굴을 보면 입 주변이 시커멓게 변해있어요. 그럼 서로 얼굴을 보면서 키득거리며 웃곤 했는데.
가족과 함께 한 보리밭 구경에 옛 추억이 아른거리네요. 십리대밭 옆에 드넓은 벌판에 심은 청보리는 시청에서 사료용으로 심었다고 합니다. 어릴 때처럼 생보리를 불에 태워 비벼 먹어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네요.
오늘은 그냥 가족과 같이 사진이나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시절 그 많던 보리밭은 모두 사라지고 없어 그리웠는데 보리밭을 구경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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