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정부는 대외원조정책 근간을 재정비하라

'일관성 없는 한국의 대외원조정책' 기사를 보고

등록 2008.05.16 13:56수정 2008.05.16 13:56
0
원고료로 응원

올림픽을 불과 80여 일 앞두고 발생한 대지진으로 충격에 빠진 중국, 사이클론 한 방에 무너진 미얀마 거리와 사람들, 거센 파도처럼 세계를 떠도는 식량위기 현상. 이 모든 것이 멀고도 가까운 지구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치욕스런 일본 압제를 겪었고, 온 나라를 쑥밭으로 만든 6.25전쟁을 겪었고, 국민 의식을 철저히 무력화하는 군사정부 아래서 수십 년간 신음한 한국. 그런 한국이 지금은 선진국에 버금가는 위치에 올라 많은 나라와 민족에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진정 세계에서 '아픔을 딛고 성장한 교훈'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선진국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데 진정한 기준이라 할 수 있는 대외원조정책에서 의미있고 일관된 태도를 지켜왔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관련기사: '일관성 없는 한국의 대외원조 정책]

 

중국 대지진, 한국 대외원조정책 근간을 뒤흔들길

 

중국 대지진, 미얀마 사이클론, 세계 식량위기 등에서 보듯, 세계 문제는 항상 우리 문제이다. 중국에서 한국인 5명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왔고, 미얀마에서는 한국인들의 의료봉사에 대한 소식도 들어오고 있다. 세계 식량위기는 그 말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썸뜩하게 다가온다.

 

'일관성 없는 한국의 대외원조정책'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한국의 대외원조정책과 세계 소식을 겹쳐 생각하게 되었다. '선진일류국가'를 강조하는 새 정부 정책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그간 '앞선 나라'들을 쫓아가기에만 바빴지 '뒤따르는 나라'들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다. 어느쪽과도 교류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시선은 오직 '앞선 나라'들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터진 인근 국가들의 자연재해 소식은 우리에게 또다른 숙제를 던져주는 듯하다. 국내에선 여전히 AI로 시름에 젖어있는 가운데, 우리는 지금 '세계 속 한국'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소식들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소식들은 단순한 '해외토픽'이 아니며 '세계 속 한국'이 함께 고민해야 할 '우리 소식'이기도 하다.

 

'세계 속 한국'이라는 말을 곱씹으며 정부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대외원조정책에 원칙과 기본대책을 제대로 세워주길 바란다. '선진일류국가'를 표방하는 새 정부는 더더욱 대외원조정책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선진일류국가'라는 목표가 결코 선진국 뒤꽁무니를 쫓아가는 모양새가 되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과거 우리와 같은 상처들을 안고 성장을 꿈꾸는 많은 나라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선진일류국가'의 토대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이제 정부에게 몇 가지 요청한다.

 

첫째, 중국과 미얀마에 대한 구호활동을 AI대책과 발맞춰 함께 추진하라. 한국이 지닌 아름다운 협력정신을 대외원조정책에 반영하라.

 

둘째, 올림픽이 지닌 평화 정신을 앞장서 실천하는 국가로 알려질 수 있도록 중국 대지진 구호활동에 적극 나서라.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을 사심없이 적극 돕는 구호활동은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대외원조정책 근간을 새롭게 정비하여 기본방침과 원칙을 담은 정책집 제작을 추진하고 총괄기구 설치를 준비하라. 단, 충분한 기간을 두고 전문가들, 시민단체들과 함께 추진한다는 원칙을 함께 제시하라. 새 정부 5년간 이 일을 제대로 마무리짓는다면 '선진일류국가' 목표는 일정부분 그리고 의미있게 달성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더이상 가난하지 않다. 여전히 가난한 세상을 안고 살아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끈기있는 한국인은 더이상 가난하지 않다. 배 좀 곯아서 가난하다 하지 않는다. 정신이 천박하면 가난하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그간 중구난방으로 추진해 온 대외원조정책 근간을 재정비하여 선진국이 될 만한 기준을 다시 마련하고, 중국과 미얀마를 향해 적극적으로 구호손길을 내밀어 선진국이 될 만한 현실적인 근거를 분명히 보여주기 바란다.

 

AI문제로 아파하는 내부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외원조정책에 신경쓰는 한국은 분명 '세계 속 한국'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리게 될 것이다.

2008.05.16 13:56ⓒ 2008 OhmyNews
#대외원조정책 #중국 대지진 #선진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5.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