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경제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협상을 진단한다면.
"미국 소가 들어와 있지 않음에도 쇠고기 자체를 안 먹으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벌써부터 일어나고 있다. 영세 식당 같은 경우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 사태로 인해 외식산업에 대한 소비 자체를 갈수록 꺼려하고 있지 않나. 본격적인 충격이 없었음에도 식품경제와 외식산업이 극단적인 위축 현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에서 중요한 요소가 믿음이고 신뢰인데, 이번 조치로 인해 이러한 중요한 것들이 훼손되고 말았다.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조치다."
-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와 같은 협상을 했다고 보나. 또 정부가 국민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다고 보나?
"결국은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철학의 문제다. 인간이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그분들은 특이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핵심은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성과만 있으면 과정과 절차를 무시해도 사람들이 복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결국 쇠고기 협정도 급하게 타결해서 미국의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한 후 한미FTA를 체결했다면 한국인이 만족했으리란 판단을 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더불어 사는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단지 누군가가 돈을 더 벌수 있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사회를 통해 안전과 신뢰를 얻고자 하는 데 기본적인 사회구성의 원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이것을 보지 못한다. 그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돈과 같은 물질적인 뭔가를 보여주면 사람들은 만족할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는 것이다. 철학의 문제가 사태의 배경이다."
- 국민들의 자발적인 저항운동을 통해 재협상을 이뤄낸다 하더라도 미국으로부터의 통상 압력 등의 대가를 치러야 하지는 않을까?
"지금은 이 문제가 국민적인 문제가 됐으나 사실은 통상으로 인해 본인의 생존권을 침해받는 사례는 여럿 있었다. 통상문제가 우리 국민들에게 있어 죽고 사는 문제가 되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던 분들이 이미 있었던 것이다. 쌀 협상 때 돌아가신 농민들을 보자. 이제는 이런 걸 생각해 봐야한다. 그동안 우리는 통상이라는 것이 단지 외국에 수출만 잘하면 된다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대외적 통상이라는 것이 우리 내부적인 문제와 상관이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외국과의 쌀 협상 문제로 목숨을 잃으며 고통을 받았던 농민들이 먼저 겪은 것을 우리가 이제야 겪고 있는 것이다. 통상의 문제는 몇 사람들만이 풀어갈 문제가 아니다. 우리 내부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재협상을 요구해서 그에 따라 정부에서 재협상에 나섰을 때 미국의 통상압력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우리 스스로 통상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WTO 등의 국제사회에서 대외관계를 설정하면 우리는 그대로 따라야 되는 잘못된 통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는 미국 주도의 통상 정책에 편승을 해왔고 물론 일정정도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농업 등의 문제만 보더라도 이제는 무조건 미국에 편승한다고 해서 우리의 이익을 담보하진 않는다.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의 내부 관계를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확장하는 통상방법을 추구해야 한다. 이번 협상을 잘못 푼다면 우리 정부는 국민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촛불 계속 밝혀야...우리 사회 역량 시험하는 계기"
- 앞으로 쇠고기 문제가 제대로 풀어가기 위해 어떤 방식의 저항과 문제제기가 필요할까?
"촛불은 계속 밝혀져야 한다. 또한 이 문제는 규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 정도 기준이면 안심하고 아이들에게 쇠고기를 먹여도 되겠다는 합의를 만들어 가는 성숙한 과제다. 특정인을 물러나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아시아에서 근대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국가로 자부한다면 이 문제를 괴담으로 몰고, 무조건 공격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나 계층, 지역의 입장을 떠나 함께 논의해야 할 문제다.
이 문제는 열려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우리가 가진 사회역량을 시험해볼 수 있는 계기다. 말로는 세계화를 외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개방에 대한 우리 정부의 허약한 토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일단 과학자들이 과학의 이름으로 '국민이 이 정도면 안심할 수 있겠다'는 안을 만들기 위해 토론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은 당연히 정권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우리 국민들은 정한 기준에 대해 어느 정도면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토론해 가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트(GATT)의 20조 B항의 문제를 또다시 강조하고 싶다. 정부는 지금 합의문이 있더라도 가트 조항을 원용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나 이는 전혀 통상법적으로 맞지 않다. 가트라고 하는 보편적인 다자간 조항이 있고, 미국과 체결한 것은 양자협정이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정은 가트에 보장된 한국의 국제적인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한 것이다. 한국은 가트 조항에 나와 있는 검역에 대한 조항을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미국과 해 나가겠다고 쇠고기 협정을 통해 밝힌 것이다. 이것이 한미 사이에서 한국이 갖는 가트상의 권리다. 이 규범이 적용되는 이상 우리는 국제법상으로 구제받을 수 없다.
마치 정부가 WTO 협정이 한미 간 쇠고기 협정보다 상위에 있는 것이고, 구속력이 센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국제법에서는 어떤 조항도 상하관계가 없다. 헌법 아래 법률, 이런 관계는 한국 내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국제법상의 조약은 상하관계를 결정하는 세계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구속력의 강약 차이가 없는 것이다.
정부가 가트를 근거로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은 세계무역기구의 판례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정부는 합의문에 가트 조항을 넣는 식으로 하겠지만 이는 전혀 법적으로 효과 없는 것이다. 정부에게 조언을 한다면 그런 식으로는 절대 해결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약 이를 어기고 끝까지 간다면 이명박 정부는 더 강력한 국민의 저항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2008.05.16 11:3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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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이 최전선... 후방에서 잘하겠다는 건 검역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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