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기다리는 시간이 길기만 하다.
전용호
5월 5일 어린이날. 날씨가 맑다. 기분도 상쾌하다. 여행에 나선 우리 가족은 5명. 나, 아내, 아들 둘, 그리고 아버지. 아침 8시에 집을 나섰다. 광주공항까지 차로 이동한 후 12시에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처음 가는 해외여행. 설레는 마음에 자꾸 서둘러진다. 인천공항에서 저녁 7시 20분 비행긴데 오후 5시까지 도착하라고 했다. 광주에서 공항까지 4시간 반이 소요되니 넉넉하게 도착할 것 같다.
인천을 지나고 바다가 보이더니 멀리 공항이 보였다. 아내는 내심 실망이다. 드라마에서 보던 커다란 구조물을 기대했었는데 넓은 평지에 그만그만한 공항 관제탑만 눈에 들어온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여행사 직원을 만나니 작은 비닐 주머니 한 개씩 주면서 알아서 하란다. 이런저런 주의사항, 친절한 안내 등등 잔뜩 기대를 했건만.
비행기표를 끊고, 배낭을 수화물로 보내고 나니 시간이 엄청 많이 남았다. 공항을 배회하는 것도 촌스럽게 보일 것 같았다. 안에 들어가면 구경거리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출구로 들어섰다. 출구에는 액체류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경고문이 보였다. 윤성이가 "왜 못 가져가는데?'하고 물었다. '아마 액체류가 폭발물과 잘 구분되지 않아 그러지 않을까?'하고 설명했지만 의문이 풀리지 않는 눈치다.
"왜 이리 복잡해.""수상한 사람이나 나쁜 사람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검사를 철저히 하는 거래." 세관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심사를 하니 윤성이가 또 투덜댄다. 그렇게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하니 면세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천천히 구경하면서 38번 출구를 찾아가니 아직도 1시간이나 남았다.
드디어 하늘로 떠오른 비행기애들은 공항 밖으로 보이는 비행기를 실컷 구경했다. 나는 긴장했는지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국제선이라 큰 비행기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작다. 큰놈과 작은놈은 각각 창가 쪽으로 자리를 하나씩 잡았다. 비행기 날개 쪽이다.
"애들아 비행기 날개를 잘 봐봐, 어떻게 날아가는지. 날개가 위아래로 파닥거릴 거야." 재형이는 피식 웃는다. 제 시각에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였다.
"아빠, 날개가 아래로 길게 나왔어." "배가 물에 뜨는 건 '부력'이고 비행기는 하늘에 떠오르는 건 '양력'이라고 한단다. 그 양력을 발생시키는 게 날개의 위와 아래의 공기 흐름을 조절해서 만들어 내는 거야. 위쪽의 공기 흐름을 빠르게 하면 위로 올라가겠지?"너무 어려운가 보다. 더 이상 설명 포기.
인천공항을 떠오른 비행기는 한 바퀴 크게 선회하더니 점점 높이 올라갔다. 비행기의 속도와 높이, 온도를 알려주는 표시도 보였다. 윤성이는 당연히 궁금해한다.
"항해거리가 왜 마일로 나왔다가 킬로미터로 나왔다가 하는 거야?" "응. 배나 비행기는 킬로미터로 쓰기도 하지만 마일로 쓰기도 한단다. 1마일은 1.6킬로미터로 계산하면 될 거야." 나도 모르겠다. 그만 궁금했으면 좋겠다.
머나먼 이국땅에 첫발을 내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