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가 프랑스판 악보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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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혁명 속에서, 수만 명의 피울음 속에서 탄생한 인터내셔널가는 인류 최초의 성공한 사회주의 혁명인 러시아 혁명에서도 모습을 드러낸다. 1917년에 드디어 혁명에 성공한 러시아의 사회주의자들은 자신들이 건설한 소비에트연방의 국가로 인터내셔널가를 채택한다. 혁명가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은 자신이 친히 인터내셔널가의 가사를 러시아어로 번역했다. 그리고, 1944년에 '소련찬가'를 국가로 정하기 전까지 인터내셔널가는 소련의 공식 국가로서 불리게 된다.
프랑스 혁명을 통해 탄생하고 러시아 혁명의 세례를 받은 인터내셔널은 자연스럽게 전 세계의 사회주의자들에게 공식 혁명가로서 암묵적인 '권위'를 부여받게 된다. 혁명을 꿈꾸는 모든 곳에서 인터내셔널가는 그 곳의 언어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나, 언어라는 '형식'은 다르지만 그 형식 안에 담은 '내용'은 자신이 처음 태어난 파리코뮌 시절부터 변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혁명'이라는 내용이다.
사실 인터내셔널가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울려 퍼지는 날이 있다. 그것은 바로 5월 1일 노동절이다. 이 날이면 전 세계의 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대규모의 집회를 열고 각자의 언어로 된 인터내셔널가를 부른다. 이 전통은 꽤나 오래된 것이어서 1890년을 그 기원으로 잡을 수 있다. 들여다보면 5월 1일 노동절의 유래는 인터내셔널가의 유래만큼이나 처절하다.
1886년 당시 미국 시카고의 노동자들은 하루에 16시간이나 일하면서도 죽지 않을 만큼의 임금만을 받는,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불만이 극도에 달한 노동자들은 5월 1일에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정부는 경찰을 투입하고, 5월 3일 농기계 공장에서 농성 중이던 노동자들에게 발포를 하면서 어린 소녀를 포함한 6명의 노동자가 살해당한다.
이러한 경찰의 만행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노동자들은 5월 4일에 헤이마켓 광장에서 30만 명이라는 엄청난 규모로 운집한다. 그런데 집회 말미에 누군가에 의해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경찰은 노동운동가들을 테러의 주모자로 몰아서 8명을 체포한다. 법정에 선 그들은 모두가 사형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7년이 지나서야 폭탄 테러가 자본가들에 의해 조작된 것임이 밝혀졌다. 당시 사형 선고를 받은 미국의 노동운동가 스파이즈는 다음과 같은 법정 최후진술을 했다.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운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목을 가져가라! 가난과 불행과 힘겨운 노동으로 짓밟히고 있는 수백만 노동자의 운동을 없애겠다면 말이다! 그렇다. 당신은 하나의 불꽃을 짓밟아 버릴 수는 있다. 그러나 당신의 앞에서, 뒤에서, 사방팔방에서 불꽃은 꺼질 줄 모르고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그렇다, 그것은 들불이다. 당신이라도 이 들불을 끌 수는 없으리라."1889년 7월,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서 세계 여러 나라의 혁명가들이 모인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는 시카고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쟁취 투쟁을 기념해서 1890년 5월 1일을 ‘노동자 단결의 날’로 정하고 세계 각지에서 동시 다발적인 시위를 벌이기로 결정한다. 이것이 노동절의 유래이다. 노동절은 이렇듯 인터내셔널가 만큼이나 처절하게 세상에 태어났다.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 던져라!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온다! 대지의 저주받은 땅에 새 세계를 펼칠 때! 어떠한 낡은 쇠사슬도 우리를 막지 못 해! 들어라 최후 결전 투쟁의 외침을! 민중이여 해방의 깃발 아래 서자! 역사의 참된 주인 승리를 위하여! 참 자유 평등 그 길로 힘차게 나가자! 인터내셔널 깃발 아래 전진 또 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