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판파릇파릇 자란 모판이에요. 이제 막 다랭이논에 심을 거예요. 올가을 방하마을에는 풍년이 들겠지요?
손현희
저만치 앞에서 내려오는 걸 지켜보던 아저씨 한 분. 자전거를 타고 '방아재 고개'를 넘어 왔다고 하니 무척 놀라워하셨어요.
"여는 방하마을인데… 그런데 뭐하는 사람들이요?"
"아, 네. 저희는 우리 둘레에 시골풍경을 찾아다니고 있답니다."
"그라믄 잘 오셨네요. 일루 와봐요. 여(여기) 마침 모내기를 하고 있으니까…."아이고, 이렇게 반가울 수가, 우리가 가려던 곳이 바로 '방하 마을'이었고, 오는 길에 갈림길 때문에 이리저리 헤매다가 끝내 산을 한 바퀴 돌아서 왔는데,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어요. 무엇보다 때를 맞춰 모내기를 하고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있나요?
"아이고, 장화라도 신고 왔으만 모 좀 심고 가라 하겠구만."
어르신을 따라 모퉁이를 돌아가니, 마을 할머니들이 대여섯 둘러 앉아 있다가 우리를 보고 하는 얘기였어요. 모두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긴 고무장화를 신고 있었는데, 아마도 모심기를 하다가 잠깐 쉬는 듯했어요.
"여, 이 양반들이 우리 마을 취재하러 왔댑니다. 어여 가서 모 숨굽시다."
"어데? 여를?"
"허허, 그렇다카이!"아까 길에서 만난 어르신이 어서 일하러 가자면서 마을 분들을 부추기며 우리를 소개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