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의 뉴스란'항균 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김종식
오늘 오전에 인터넷 포털에 떠있는 뉴스를 보고 한참을 생각했다.
대통령께서 아침 일찍 장관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한 결과라고 한다. 대부분 언론 인터넷 판에 이 기사가 떴는데 <연합뉴스>의 기사를 보면 이러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최근 확산 추세에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 대책과 관련, "항균 바이러스를 도입해 (인체감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중략)…또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항균 바이러스는 국내 생산은 안되고 녹십자에서 도입하고 있다"고 답변하자 "준비된 양도 있겠지만 (항균 바이러스 준비를) 확대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고 당부했다."그런데, 도대체 '항균 바이러스'가 뭐지? '항균 필터'가 균의 침입을 막아주는 필터이고 '항균 비누'가 세균을 없애주는 비누라고 한다면, '항균 바이러스'는 균에 대항하는 바이러스 정도? 그런 것이 있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뭔가 새로운 AI 대책이 있다는 말인가?
녹십자, 평일이었으면 주가 좀 올랐겠네현재까지 'AI'의 인체 감염에 대해서는 이를 예방하는 '백신'과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있다. '항균 바이러스'는 신조어에 해당한다.
이 기사가 정확했다면 대통령과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실언을 한 것이고, 대통령께서 맞는 표현을 썼다면 기자의 '오보'일 것이다.
후속 기사에 '타미플루 확대'가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항균 바이러스'는 '타미플루'로 대표되는 '항바이러스제'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실제 이후 기사 내용에서는 '항바이러스제'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단지 해프닝일 수 있는 기사에서 또 하나의 오류가 보인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항(균) 바이러스는 국내 생산은 안 되고 녹십자에서 도입하고 있다"고 답변한 대목이다.
주식시장이 쉬는 주말이 아니었으면 녹십자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할 만한 언급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유일하다고 알려진 '타미플루'는 '로슈'사에서 독점생산하며, 국내 수입은 '한국 로슈'를 통해 이뤄진다.
그렇다고 녹십자가 'AI'와 관련하여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녹십자는 2010년을 목표로 'AI 백신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2006년에 '타미플루'보다 효과가 좋다는 '페라미비르'라는 약제의 독점공급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페라미비르'는 시판되고 있지 않다.
결국 김성이 장관이 '녹십자'를 언급한 것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타미플루'는 안전한가?... 긴급상황에선 원인 파악도 중요하다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이어진 기사를 보니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 비축량을 현재 125만명분 250만명분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후속조치로 보여진다. 약 250억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한국 로슈'사는 가만히 앉아서 영업을 한 셈이다.
현재 'AI 인체 감염'의 거의 유일한 약제로 알려진 '타미플루'는 그 안전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급기야 일본 후생성은 2007년 3월 '긴급 안정성 정보'를 발표하여 그 부작용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식약청이 2007년 3월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여 10세이하의 미성년에게 원칙적으로 삼가할 것을 조치하였다.
물론 '타미플루'가 현재까지 거의 유일한 AI 치료제임을 알고 있지만 좀 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더욱이 "발표는 하고 예산은 없다"는 보도도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