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와 하이에크도 웃을 MB 정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시장 민주주의에 반한다

등록 2008.05.10 17:42수정 2008.05.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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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와 언론 매체 그리고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이들을 심지어 반시장적인 좌파라고 몰아붙인다. 그러나 과연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시장적인 것일까?

이명박 정권은 지겹도록 시장의 역할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에서 시장의 원리를 스스로 위반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긴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주먹’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즉 권력적 공공적 제도를 오히려 악용했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이 가운데 소비자 주권이 중요하다. 소비자가 구매로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품은 구입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것이 시장의 핵심 전제다. 시장논리상 정부는 이를 보조한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한국의 쇠고기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이에 대한 보조였다. 그러나 월권을 했다. 소비자의 판단을 온통 흐려놓은 상태에서 억지로 먹을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제도적 모순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시장 민주주의에도 반한다. 여론 수렴의 과정은 정치적, 시장적 차원이 있다. 정치적인 수렴은 투표가 대표적이다. 시장적 여론 수렴은 상품의 구입률이다. 많이 팔린 상품은 살아남지만, 그렇지 않는 제품은 살아남을 수 없다. 시장 민주주의는 처음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는데, 국민의 대표란 작자는 정면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소비자이자 국민들이 먹기 싫은 광우병 소를 강요하고 셈인데, 그들이 평소에 주장하는 시장 메커니즘의 장점에도 배치된다. 우선, 시장에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거래하고, 시장은 사람은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이 시장주의자들의 논리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이같은 수입 정책은 자발성도 없으며, 사람들을 차별하고 있다.

소비자 가운데에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한 노출을 크게 하고 있고,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 즉 다수를 희생해서 소수의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보장해주고 있는 것이다. 햄버거나 핏자에는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누가 피해를 보겠는가. 근본적으로 값싼 쇠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 이들을 죽음에 노출시킨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는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정작, 이명박 정권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에서는 민간에 전가한다. 수입업자들이 30개월 이상의 소는 수입하지 말라고 한다. 일은 전적으로 자신들이 저질러 놓고서 말이다. 시장의 논리상 그들은 수입할 것이고, 수입하면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 민간업자들의 책임이 된다. 즉흥적이고 단선적인 정책 방안들을 해법인 것으로 내놓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영혼 없는 관료집단의 승진을 위한 말 바꾸기는 그들의 능력이 아까운 빈약한 논리만 양산하고 있다.


또 하나, 시장은 스스로 많은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지만, 이명박 정권은 가운데에서 광우병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보를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정보 비대칭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작태가 찌질하다. 더구나 시장을 통해 다양한 선택의 기회뿐만 아니라 그것에서 얻어지는 편익은 기대할 수 없고, 죽음에 대한 공포만이 얻어진다.

이런 점들을 보자면, 이명박 정권의 구성자들은 시장주의자들이라고 할 수도 없다. 더구나 그 많던 시장주의자들은 어디 갔는가.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는 많은 시장주의 매체들과 학자들은 이러한 시장주의의 기본원리도 지키지 않는 이명박 정권을 내버려 두고, 오히려 소비자주권을 찾으려는 국민들을 비난하기에 바쁘다. 오히려 정치적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랄탄을 쏘아대는 것이다.


이런 것을 모르겠느냐 하겠지만, 애덤 스미스는 시장이 잘 작동하기 위해 정부의 최소 개입을 주장했고, 하이에크는 정보의 흐름과 의사결정을 이끄는 체계를 왜곡하는 제도들을 비판했다. 소비자의 선택과 결정을 통해 시장이 작동하기 위해 관련한 제도들이 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이자, 국민이 먹기 싫다는 미국산 쇠고기를 억지로 수입하여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이 주로 먹게 만드는 작태는 과잉개입으로 사회주의 정권보다 더 양아치적이다.

적어도 사회주의 정권에서는 식량을 적게 줄지언정 가난한 이들에게 미쳐 죽을 소를 먹게 만들지는 않는다. 일방적으로 쇠고기 협상을 타결시키고는 더 이상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뻗대는 행태야말로 하이에크가 질타할 비시장적 제도의 행태다. 전문적이라는 관료조직은 이를 위한 기계적인 제도 하수인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명박 정권의 행태는 보수정권의 지지기반을 탄탄하게 하기 위한 자신들의 기득권 보장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시장주의보다 더 앞선 것은 아메리카 숭배다. 한국을 들어 미국에 봉헌할 심산이 아니고서야 가능하지 않는 작태들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철저하게 처음부터 정치적 실리를 챙기기 위한 술수였고, 이를 대하는 국민들은 경제적 주권자인 소비자로서뿐만 아니라 정치적 주권자로서도 이명박 정권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정치적, 시장적으로 이미 이명박 정권은 국민이자 소비자의 선호에서 멀어져 사망선고에 이르렀다. 이점을 그들만 모른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서프라이즈에 실린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데일리서프라이즈에 실린 글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이명박정부 #하이에크 #애덤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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