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부근 텅 빈 초소 너머로 저 멀리 철원평야가
이승철
30여 분을 올라 능선에 이르자 봄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따뜻할 것이라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세찬 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있었다. 등산로 곳곳에는 군사용 벙커와 이동통로가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이곳이 전방지역임을 실감케 한다.
바위등산로 양편에 밧줄이 설치된 칼바위능선은 이름만큼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양쪽으로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게 열려 있었다. 등산로는 대체로 어려움이 없었다. 대개 흙길인 데다 가끔 만나는 바위길도 별로 험하지 않았다. 그 능선을 타고 잠깐 오르자 첫 번째 봉우리인 대광봉이다.
대광봉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시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줄줄이 이어진 산줄기와 그 사이로 흐르는 골짜기들의 모습이 정겹다. 북쪽으로 아스라하게 내려앉은 작은 산들 너머로 철원평야가 바라보인다. 능선으로 이어진 저만큼에서 고대산 정상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대광봉에서 정상에 이르는 길은 잠깐이었다. 중간 지점에 솟아 있는 삼각봉을 지나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은 시원하고 편안했다. 고대산 정상 바로 아래 지역에는 헬기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비무장지대와 북녘 땅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다"어,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야? 어디서 여자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데, 군사지역에 여성들이 있을 리는 없고, 설마 북녘 땅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아니겠지?"그러나 소리의 정체는 금방 드러났다. 헬기장 바로 밑에 있는 콘크리트 초소였다. 군사용 초소는 사용치 않고 방치된 지 오랜 모양이었다. 창문도 떨어져 나가고 낡은 초소 안에서 여성등산객 몇 사람이 점심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소리였다. 거세게 부는 바람을 피하여 텅 빈 초소 안에서 점심을 먹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