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골목서울은... 우람하게 잘 자라던 방울나무 굵은 줄기도 끔찍하게 베어내는 공무원들 세상입니다.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거님길, 풀 한 포기 깃들이지 못하도록, 가게집 사람들은 오토바이며 짐이며 내어놓고, 걸어다니며 앉을 자리조차 없습니다.
최종규
이와 달리, 우리 나라 골목길을 생각해 보면, “봄이 왔다고 봄을 쉽게 느낄수 없고, 일년 내내 한 계절 같은 삭막한 골목길”이라고, “대문에서 떨어진 광고 전단지가 뒹굴고, 누군가 제 시간에 내놓지 않아 수거해 가지 않은 쓰레기 봉투가 전봇대 아래에서 뒹”군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씀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우리 나라 웬만한 도시를 가 보아도, 또 시골 읍내나 면내에 가 보아도, 쓰레기와 광고전단지가 얼마나 많이 나붙어 있는데요. 또 도시이고 시골이고 스탠드바 나이트 따위에서 뿌리는 광고전단지가 얼마나 많은데요. 광고전단지를 뿌리는 젊은이들은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열 장 스무 장 씩 길에 휙휙 던지곤 합니다. 저는 자전거를 타고 국도를 달리다가 이런 전단지뭉치에 맞아서 크게 다칠 뻔하기도 했습니다.
더없이 슬픈 우리 모습입니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처럼 슬픈 사람이 되었을까요. 우리 마음이 그지없이 메말랐는가요. 우리는 가슴을 잃거나 버리면서 살아가고 있나요. 우리한테는 오로지 돈만, 오직 권력만, 그저 학벌과 명예만 아름답게 느껴지는가요.
- 2 - 그렇지만 저는 골목길을 걷습니다. 이 못난 한국땅 골목길을 걷습니다. 그것도 도심지 골목길을 걷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고향인 인천은, 서울로 올려보내는 물건을 만드느라 온 동네가 공장투성이입니다. 본사는 서울이지만 공장은 인천인 곳이 대단히 많습니다. 이 공장은 하나같이 매연과 공해물질을 끝없이 쏟아냅니다. 우리 나라에서 죽는 사람 숫자를 보면, 자연스레 늙어서 죽는 사람보다 교통사고나 병으로 죽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납니다. 이 가운데 암으로 죽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인천은 교통사고로도 많이 죽으나 암으로 가장 많이 죽습니다. 얼마 앞서 2007년 통계가 나왔는데, 폐병으로 죽는 사람도 몹시 많더군요. 그만큼 공기가 나쁘고 물이 더럽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