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버마 대사관 앞 버마군사독재정권 규탄 시위에 참석한 소모뚜 씨의 모습.
스탑크랙다운 제공
-양곤 지역의 피해가 극심했다는데 가족과 연락이 되었는가?"일요일에 3분 정도 어머니와 통화를 하다가 끊겨버렸다. 아마 통신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가족이 일 년 전에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 이번 태풍으로 예전에 살았던 동네는 거의 박살이 났다. 다행히 가족들은 높은 건물들이 감싸고 있는 동네의 한가운데 살고 있기 때문에 태풍의 직격탄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젠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같이 활동하는 버마 분들 중에는 가족과 연락이 안 되어 애태우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피해를 받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지인들에게 부탁해 가족의 소식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
-민주화운동이 군홧발과 총에 짓밟히고, 이번에는 태풍 소식까지 전해졌다. 멀리서 조국의 아픈 소식만 전해 들으면 심정이 어떤가?"부도덕한 정부의 나쁜 정치가 그 속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를 너무나 힘들게 하고 있다. 민주화 항쟁 때는 총질로 사람을 죽이더니, 이번에는 자연이 사람을 죽였다. 그러나 단순히 자연이 사람을 죽인 것만은 아니다. 자연이 사람을 죽이는 것도 단계가 있는데, 정부가 국제사회의 태풍 경고도 무시한 채 오로지 선거 홍보에만 정신이 팔려 자기 국민을 버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어머니랑 통화했을 때 우리 집에도 마실 물이 5일치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들었다. 5일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미얀마 정부는 국민의 건강, 국민의 생활을 위해서는 돈을 쓰지 않는다. 물도 국민들에게 알아서 땅을 파서 물을 얻으라고 하는데, 땅을 파는 기계의 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정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전기도 마찬가지다. 예전부터 정부는 아침에 6시간, 밤에 6시간 정해놓고 전기를 공급했다. 그래서 내가 미얀마에서 살 때 TV를 보다가 갑자기 전기가 끊겨서 짜증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가 안 나오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군사정부가 들어선 이래 전기도 물도 늘 부족한 상태에서 값비싼 물을 사 마셔야 했던 미얀마 사람들은 이제는 그나마도 없어서 죽을 준비만 하고 있는 것이다."
-버마 민주화 시위가 좌절된 이후 한국에서는 버마 소식이 잠잠해졌다. 그 이후 미얀마의 정치적 상황은 어떠한가. 당시의 민주화항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지난 버마 민주화항쟁이 생각보다 큰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은 군사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다. 민주화운동은 국민의 대대적인 참여가 없으면 무조건 성공하지 못한다. 전국민적인 항쟁이 되려면 민주화운동세력이 두 달 정도는 지속적으로 시위를 이어가야 하는데, 군사정부가 미리 손을 써서 심각한 탄압을 했기 때문에 민주화항쟁이 끝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실패냐 성공이냐 결론짓는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군사정부는 작년 민주화항쟁 전에는 국제사회에 늘 거짓말을 하면서 자기들이 민주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국민과 세계를 기만해왔다.
물론 국제사회가 버마 군부의 그런 말을 믿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놔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7년 민주화항쟁 때 군부가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또 세계의 시민이 누구나 버마 군부가 얼마나 나쁜 정부인지를 알게 되었다는 점에는 민주화운동이 성공한 것이다. 민주화의 첫 단계는 국제사회의 도움이다. 지난 민주화항쟁 때 미얀마 민중은 국제사회의 관심과 도움을 많이 받았고, 민주화 세력의 편에 서서 지원해주는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들이 이대로 절망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간다면 머지않은 날에 버마도 민주화될 것으로 믿는다."
-버마 국민의 1/4이 거주하고 있는 남서부 지역이 태풍으로 초토화된 가운데 예정대로 10일에 국민투표를 강행하겠다는 버마 군사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군부는 지금 국민들이 찬성하는 새로운 헌법을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찬성이냐 반대냐는 국민이 판단해야 하는데 국민에게는 그런 권리도 주어지지 않고, 헌법 내용도 알려져 있지 않다. 정부는 헌법에 대한 안내물을 전혀 배포하지 않고 그나마 제작한 책도 매우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버마 민중이 어떻게 그런 것을 구입해서 애써 읽을 여력이 있겠는가.
관심있는 사람만 헌법책을 일부러 사서 들여다보는 정도이나, 그것도 원래 헌법의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국민들이 읽게 만들어 놓은 책과 군부가 추진하는 헌법의 내용과는 다른 것이다. 나같이 외국에서 사는 미얀마인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어 헌법 내용 중 무엇이 잘못되고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지만 버마 국민 70~80%는 헌법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그런 속에서 태풍이 덮쳐 버렸으니, 오히려 군부는 혼란기를 틈타서 일사천리로 자기들의 뜻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
-지금 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버마 국민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다. 2007년 민주화 시위 때도 우리는 '군사정부 물러가라'를 직접 외치지 않았다. 이 나라를 어떻게든 살리면서 서로가 함께 나누어 잘 살기 위한 방안을 위해 협상과 회의를 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군부는 응하지 않았다. 정치의 부패로 국민들이 최빈국 국민이 되어 많이 힘들어 했기 때문에, 우리는 군부의 과거 죄악을 용서하고 우선 국민이 살아보자고 말한 것뿐이다. 그것도 싫다는 게 군부의 입장이다."
-한국인들이 왜 버마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한국인과 버마 인의 경계를 떠나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이다. 내가 오늘 이 시간 집에서 편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밥을 먹고, 청계천에 놀러가고, 잠을 자는 동안에 세계의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살 자격이 있다는 그 마음이 필요하다. 내가 누리고 있는 만큼, 이 세상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돌려야 한다. 특히 한국은 버마와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지 않은가. 군사독재시대를 살았던 나라고, 일제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고, 비슷한 아픔을 지닌 나라이니만큼 우리는 서로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소모뚜씨는 평범한 한국의 30대 남성들처럼 먹고 살기 위해 낮에는 직장을 다닌다. 그리고 퇴근 후와 주말 시간은 거의 이주노동자 및 버마 민주화를 위한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버마행동'의 실무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로 구성된 밴드 '스탑크랙다운'의 기타리스트로도 활발한 공연활동도 전개 중이며, 최근에는 산업안전교육 강사 훈련을 받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퇴근 후 밤늦도록 한국말로 된 교재를 버마어로 옮기는 작업 중이다. 자신은 한국말을 아주 잘하지만 공장에서 만나는 고향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공부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현재 한국내 거주하는 버마인은 2000명이 넘는다고 하며,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4천명정도가 더 계약해서 내년이면 5~6천 명은 될 거라고 한다. 소모뚜씨는 최근 이명박 정부가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한국에서 실업자가 늘어난다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뒤로는 고용허가제를 실시해서 이주노동자들을 불러들여놓고 앞에서는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대해서도 일침을 주었다.
버마행동 다음카페
http://cafe.daum.net/mmwc/버마국민행동촉진위원회
http://pcnmb.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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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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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도, 전기도, 믿을 만한 정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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