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서포면에 건립된 '귀향 기원 위령비'는 오는 10일 제막식을 앞두고 천막으로 덮어씌워져 있다.
사천진보연합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원으로 입대했던 탁경현(1920년생·'미쓰야마 부미히로'로 창씨개명) 등을 기리는 위령비가 건립되어 논란을 빚고 있는 속에, 광복회 울산경남연합지부가 오는 10일 예정된 제막식 때 항의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끈다.
'귀향 기원 위령비'는 경남 사천시 서포면에 세워졌는데, 오는 10일 낮 12시 제막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이 위령비는 일본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씨가 재정지원을 하고 사천시가 터를 제공했으며, 고승관 홍익대 교수(조형대학 프로덕트디자인)가 제작했다. 현재 위령비는 천막으로 가려 놓은 상태다.
사천 서포 출신인 탁경현은 1945년 5월 11일 가미카제 특공대원으로 출격해 전사했다. 위령비 제막식은 탁경현이 전사한 날을 기념해 출격 하루 전날 열린다. 이날 제막식에는 구로다 후쿠미씨를 비롯해 일본에서 3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광복회 울산경남연합지부는 반발하고 나섰다. 김형갑 지부장은 "어느 나라 사람이건 가미카제는 일본천황에게 충성을 다한 극우였다. 한국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의든 타의든 일본천황을 위해 맹세했다면 가미카제의 한 조직원이었다. 일본을 위해 죽은 사람을 어떻게 기린다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마산·창원·진주·진해 등 각 지회별로 최대한 회원들을 동원하기로 했다. 위령비 건립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들고 제막식 행사장에 갈 것이다. 실력으로 저지하더라도 광복회원의 정신으로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사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령비 건립 반대 입장을 낸 사천진보연합은 7일 저녁 전체 회의를 열고 제막식을 물리적으로 막을 것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한다.
사천진보연합 관계자는 "광복회에서 연락이 왔더라. 제막식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구체적인 대응책은 전체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천시장은 제막식 참석하지 않는다"김수영 사천시장은 이날 위령비 제막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사천시청 관계자는 "김 시장은 제막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제막식을 연기할 지 여부에 대해 실행위원회 측과 논의를 하고 있는데, 늦어도 8일까지는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시행할 때는 서포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시민 전체 여론은 수렴하지 못했다. 당시 몇 사람이 반대하기는 했지만 나중에는 동의해 주었다"면서 "시민 전체로 확산될 것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처음에는 일본 여배우가 지원하는 등 순수하게 좋은 뜻으로 보았다. 여배우를 통해 지역을 일본에 홍보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일본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씨가 제막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면서 "제막식을 강행할 지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실행위원회 측에 저항이 거세다는 분위기를 전달했으며, 연기하는 방향으로 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족문제연구소 "제막식 연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