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씩씩한 수범이수범의 반 친구들은 수범과 휠체어를 통채로 들어나르며, 기어코 수학여행 전 코스를 완주했다.
김영수
양쪽 다리를 모두 못쓰는 중증장애를 지니고 있지만, 친구들과 구김살 없이 학교생활을 하는 황수범 군에게는 6년을 함께 한 친구들의 우정이 있었다.
지난 4월21일~23일 광주 번천초등학교(교장 최홍년) 6학년생들은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한 학년이 한 반 뿐인 작은학교라,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은 모두 22명(남 11, 여 11)에 불과했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담임교사인 이신영 선생님도 속으로 걱정을 했고, 수범이 부모님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다름 아닌 수범이가 양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해 휠체어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5학년 제주도 수학여행 때는 수범이를 위해 수범이의 어머니가 수학여행에 동행했다. 행여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수범이 때문에 같은 반 친구들의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 앞서서였다. 그런데 이번엔 반 친구들이 앞장 서 부모님이 동행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우리랑 함께 가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수범이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랑 같이 가는 건데요~"
수범이 반 친구들의 씩씩한 요청에 수범이 어머니도 이번엔 따라나서지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스스로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할 것 아닌가?
"여기까지 같이 왔는데 끝까지 같이 가야죠"수학여행 첫날 코스인 포스코(옛 포항제철) 견학에서 압연공정을 둘러볼 때였다. 장장 2㎞에 이르는 압연공정 코스는 오르락내리락하는 계단이 많아서 도저히 휠체어로 이동 할 수없는 곳이었다. 안내를 맡은 포스코 직원도 고개를 저었다. 수범이 반 친구들이 나섰다.
“우리가 업고서라도 가겠습니다”
10명의 남학생과 몇 명의 여학생이 수범이를 업고 2㎞에 이르는 견학코스를 완주했다. 휠체어는 손이 비는 다른 친구들이 들었다. 다음날 들른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오르는 길은 포스코보다 더 많은 계단이 수범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여기까지 같이 왔는데 끝까지 같이 가야죠.”
제자들의 당찬 다짐에 담임인 이 교사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