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로 가득한 동아일보 신문 게시판을 구경하는 시민들
송주민
지난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문화제에서 혼쭐이 난 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뿐만이 아니었다. 2만여 시민들에 둘러싸인 <동아일보>는 "왜곡보도 중단하라" "너희가 신문이냐"는 등의 호된 질책을 받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길 건너편에 위치한 <조선일보>도 곤욕을 치르긴 마찬가지였다.
하필이면 왜 <동아일보> 본사가 청계광장 바로 앞에 있었을까. <동아일보> 건물을 본 2만여 시민들은 하나 둘 성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일순간 성난 파도와 같이 동아일보사 앞으로 밀려들었다.
"동아일보 각성하라"는 구호가 "동아일보 쓰레기"란 격한 표현으로 변하기도 했다. 소리를 들은 <동아일보> 직원들이 힐끔힐끔 아래를 쳐다보자 시민들은 "우~"하는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촛불집회가 끝나고 귀가하는 순간에도 시민들은 <동아일보>를 놔주지 않았다. 본관 앞에 위치한 신문 게시판은 그야말로 '화장실 낙서판'이 됐다. 귀가하던 사람들이 <동아>에 대한 불만을 게시판 안에다 숨김없이 쏟아냈기 때문이다.
어린 중학생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까지 펜을 꺼내들고 <동아>의 행위를 조롱하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언론조작 친일신문 양심은 있냐', '이명박 뒤 닦아주는 개', '동아사장이 직접 지워라'는 등의 글귀로 <동아>를 맹비난했다. 금세 게시판은 한 글자도 못 적어 넣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