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중앙회장 선거, 추천서 사전유출 논란

일부 "시험지 유출같은 범법행위"... 중앙회 "사실무근"

등록 2008.05.02 18:54수정 2008.05.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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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수 350만명을 자랑하는 새마을운동중앙회(중앙회)가 '불법선거' 논란에 빠져 들고 있다. 

'불법선거' 논란은 후보등록에서 가장 중요한 추천서가 지난달 30일께 특정인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즉 오는 3일부터 배포할 예정이었던 추천서가 예비후보자인 이의근 전 경북지사쪽으로 유출됐다는 것.

특히 이러한 사전유출 의혹과 함께 대의원들 사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의근 전 지사를 밀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선거양상은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오는 16일 치러질 중앙회장 선거는 이의근 전 경북지사와 이규정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양자구도가 현실화되면 중앙회가 80년 12월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이래 최초의 경선이 치러질 전망이다. 

특히 이 전 지사는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자문단 자문위원이고, 이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동기동창(61학번)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두 사람은 3일부터 총 대의원 335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추천을 받아야 후보 등록이 가능하다.

중앙회는 지난달 3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회장선거 규약을 개정하고 2일 선거 공고, 3일 입후보 추천장 배부 등을 의결한 뒤 2일 선거일정을 공고했다. 

 오는 16일 회장선거를 치르는 새마을운동중앙회는 회원수 350만명의 최대 관변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대구지역 회원들이 거리의 화분 등을 관리해주고 있는 모습이다.
오는 16일 회장선거를 치르는 새마을운동중앙회는 회원수 350만명의 최대 관변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대구지역 회원들이 거리의 화분 등을 관리해주고 있는 모습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 홈페이지

"추천서 유출은 시험지 유출과 같은 범법행위"


'추천서 사전유출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사람은 중앙회 회장단(총 6명)에 참여하고 있는 정완규 새마을지도자중앙협의회 회장이다. 그는 경남 진해시 의회 부의장과 해군전우회 부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정 회장은 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른 아름다운 경선으로 정통성을 부여받고 관변단체라는 오명을 벗어던져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에 부정선거 음모가 탄로되었다"며 다음과 같이 '추천서 사전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재적 대의원(333명) 3분의 1 추천을 받아야 입후보등록을 할 수 있다는 엄격한 선거규정에 따른다면 추천서 한 장 한 장이 바로 수험을 앞둔 시험지 같은 것이다. 시험지 사전유출 사건 같은 파렴치한 범법행위가 새마을에서 일어났다. 이같은 추천서가 특정부호자에게 충성하는 중앙사무처 직원과 이를 방조 묵인한 간부들에 의해서 사전누출되었다면 어떻게 부정선거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정 회장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새마을 중앙회장을 뽑는 데 처음부터 인수위가 어떻고 누가 낙하산을 타고 오고 청와대 모모수석과 관계가 어떻고 등등의 시대착오적인 유언비어가 난무한 가운데 드디어 파렴치한 불법선거운동의 현장까지 발각되었다"며 "조용히 넘어갈 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 회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추천서가 사전유출됐다는 사실은 이의근 전 지사쪽의 추천을 거부한 대의원이 제보하면서 알게 됐다"며 "이의근 전 지사와 가까운 현 중앙회 간부들이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의원 3분 1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후보등록이 가능한데 특정후보가 미리 추천서를 받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추천을 받으면 상대후보가 어떻게 추천을 받을 수 있겠는가"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수능시험지가 유출된 사건과 똑같다"고 꼬집었다.

또한 정 회장은 "대선이 끝난 뒤 중앙회의 최고위 인사가 중앙회장단 회의에서 '이의근 전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 전 지사를 회장으로 모셔와야 한다'고 말했다"며 "이후 이 인사의 발언이 '청와대에서 이의근 전 지사를 중앙회장으로 내정했다'는 소문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회장이 정부에서 미는 사람이 아니면 예산도 못따오고 행정적인 뒷받침도 못받는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그래서인지 지금 전국에 '청와대가 이의근 전 지사를 밀고 있고, 정부가 미는 사람을 회장으로 뽑아야 한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 있다"고 전했다.

중앙회측 "사전유출 일체 없다... 특정후보 지지도 없다"

하지만 중앙회측은 추천서 사전유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유종춘 기획국장은 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선거일정이 오늘 공고됐고 내일부터 후보자들한테 추천서를 교부하도록 돼 있다"며 "추천서 사전유출 같은 일은 일체 없었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우리 규약에 대의원을 350명 이내로 둘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서 추천서를 350장 준비해서 중앙회 금고에 보관중"이라며 "(각 예비후보) 관계자들이 오시면 보여줄 수도 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추천서가 여기 금고에 보관돼 있는데 왜 사전유출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심지어 인쇄소에서도 예비후보자들에게 추천서를 주는 일이 없도록 각서까지 받아놨다"고 강조했다.

또 유 국장은 "이의근 전 지사가 여기 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분이 (경선을) 할지 안할지도 모른다"며 "내일 추천서를 교부받아 봐야 출마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사전유출 의혹을 제기했던 정완규 회장은 "내가 추천서 사전유출에 문제제기를 하니까 중앙회 법무팀장이 '아침에 기획국장이 달라고 해서 줬다'고 말했고, 심지어 손진영 사무총장은 '그럼 그쪽(이규정 전 의원)도 가져 가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종춘 국장은 "추천서를 보관하기 위해 법무팀장에게 추천서를 달라고 했던 것이고 사무총장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손진영 사무총장은 "우리가 추천서를 봉인했는데 전국에서 추천서가 돌고 있다고 하니까 내가 하도 답답해서 '그럴 리가 없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쪽도 와서 가지고 가라'고 냉소적으로 정 회장에게 얘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손 사무총장은 "중앙회 간부들이 특정 후보를 선호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집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철저하게 막고 있다"며 "중앙회 간부들의 '이의근 지지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행정안전부 산하단체인 중앙회는 회원수 350만명을 거느린 최대 관변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새마을지도자중앙협의회, 새마을부녀회중앙연합회, 직장공장새마을운동중앙회, 새마을문고중앙회, 새마을금고연합회 등이 회원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전임 회장이었던 이수성 전 총리가 지난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회장은 공석이 됐다. 이후 김헌백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회장 권한대행을 맡아오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이의근 #이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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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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