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유니폼을 입은 생도들이 발맞춰 교내를 행진하고 있습니다 - 맨앞줄에 여생도도 있습니다.
김종성
서울에서 전철을 타면 전철역 이름이 대학명인 것이 많습니다. 6호선 거의 종점까지 가면 2호선 낙성대역 만큼이나 대학인지 아닌지, 그 존재가 궁금한 역이 나옵니다. 바로 화랑대 역입니다.
주변에 경춘선의 간이역인 화랑대 기차역도 있고 초목이 울창한 넓은 태릉도 있고 클레이 사격장이 있는 이스턴캐슬, 서울여자대학과 삼육대학교도 있어서 경치가 참 좋은 동네입니다.
그렇다면 화랑대역은 주변에 화랑대학교가 있어서 화랑대역일까요? 화랑대역 근처에 있는 육군사관학교가 화랑대의 원래 이름이었습니다. '화랑대'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신라시대 귀족집안의 어린 자식들이 다니던 학교의 이름입니다.
지금이야 그렇지 않지만 제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시절엔 대통령이 군인이다보니, 남학생들 사이에선 육군사관학교가 매우 인기 있었습니다. 합격하면 집안의 자랑이 되기도 했고요.
한동안 잊고 살았고 앞으로도 잊고 살았을 것 같았던 육군사관학교를 화랑대역에서 만났습니다. 화랑대는 화랑대 기차역 바로 옆에 있습니다. 정겹고 포근한 간이역인 화랑대 기차역은 사람도 거의 없고, 한적한 기차와 기찻길을 구경하러 역내에 들어가도 뭐라하지 않는 역무원이 계셔서 종종 가곤 합니다. 그렇게 화랑대역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뜻밖에 화랑대를 발견한 것입니다.
얼마 전까진 저 같은 일반인이 육군사관학교 캠퍼스를 구경한다는 것 자체가 꺼려졌었는데요. 군복을 입은 헌병들이 정문과 후문 모두에서 총을 들고 서 있으니, 접근하기가 무서웠고(?) 가까이 가서 "학교 구경 좀 해도 되냐"고 물어보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는 정중한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보통 생도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또 캠퍼스 안에 있는 화랑회관에서 진행되는 결혼식 참석 차도 오고요.
뉴스에서나 들었던 육군사관학교를 구경하고 싶어서 학교에 예약전화를 해봤습니다. 요즘에는 따로 예약 전화를 안하고 와도 육군사관학교를 둘러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따로 방문예약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방문을 하면 직원에게서 학교내 주요 시설물도 소개해 주고, 학내행사도 구경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경직되고 폐쇄적이던 군대문화도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 편하게 전철을 타고 화랑대역으로 향했습니다. 화랑대역의 기차가 지나가는 기찻길 건너에 화랑대 정문이 있습니다. 기차길을 사뿐히 건너가니, 예의 그 무서운 헌병들이 총을 들고 정문을 지키고 있지만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 보다는 출입하는 차량들들 주로 검문 합니다.
참고로 요즘 대학교들은 대부분 비싼 주차비를 학교 입구에서부터 내고 들어가야 하지만 화랑대는 주차비가 무료입니다. 무척 크고 넓은 캠퍼스에 많은 승용차들이 오가지 않다보니 주차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나 봅니다.
저는 애마인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둘러 보았는데 넓기도 넓거니와 꽃과 나무들이 풍성하게 우거지고 걷기 좋은 작은 산길도 있었습니다. 또 군대 시절이 생각나는 너른 연병장과 절과 교회도 있습니다. 기념관, 박물관과 동물원도 있어서 미쳐 다 돌아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런 봄날은 물론 가을과 눈 내리는 겨울에도 참 좋을 것 같은 육군사관학교입니다. 무엇보다 군복과 생도복을 입은 사관생도들이 학교에 구경온 사람들과 꺼리낌없이 기념사진도 찍으며 웃는 것을 보니, 마음이 흐뭇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