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과 언론의 유착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과 <국민일보>

등록 2008.04.30 15:07수정 2008.04.30 15:07
0
원고료로 응원
민주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언론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언론의 본질적인 공익기능이 정치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언론이 적절한 견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한 민주사회로 발전할 수 없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점점 언론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언론이 썩으면 그 사회는 반드시 부패하여 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언론은 건강한 견제를 잘 수행하고 있지 못한 것같다. 정치권력의 나팔수가 되기도 하고, 재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일제의 폭압에 협력한 대가로 사세를 유지하였다. 독재권력에 아첨하여 많은 부를 축적하였다. 재벌에게 아부하며 광고를 구걸하였다. 때로는 여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언론이 이렇게 힘을 가진 자들과 유착하여 이득을 취해온 것이다. 당연히 왜곡된 여론을 만들고 그 것에 기반하여 부당한 권력이 유지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참여정부 5년은 정치권력이 언론과 대립하며 지낸 세월이었다. 정치권력과 언론은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일관된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그렇게 상황이 바뀌니 언론은 비난과 왜곡을 일삼기도 하였다. 건강한 긴장관계가 아니라 마구잡이로 흠집내는 보도가 연일 이어졌다. 정권이 의도한 건강한 긴장관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실 정권을 허물고 국민과 유리시키려는 언론의 노력은 집요했고, 상당부분 성공을 거둔 셈이다.

비록 건강하지는 못했지만 그러한 긴장관계가 반드시 역기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 많은 공직자가 언론의 비판앞에 물러났다. 그래서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의 기준을 현격히 높였다는 점에서 순기능도 적지는 않았다. 위장전입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혹 공직자, 논문표절을 했던 공직자들에게 공직을 맡기고 싶은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확실히 참여정부 집권기간에 공직자들에 대한 도덕성 요구는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다시 정치권력과 언론은 깊은 밀월을 시작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사실 정권의 거듭된 실책과 인사난맥상에 대하여 메이저 신문들의 비판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알려질만큼 알려진 후 어쩔 수 없이 사실관계만 간략히 보도하는 수준이다. 이런 행태는 이미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우리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D일보의 경우 연일 정권을 찬양하기에 바쁘다. 마치 행정부에서 발행하는 국정홍보지처럼 보일 정도이다.

이제 주요신문들과 정권은 같은 편이 된 것처럼 보인다. 이런 가운데 놀라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허위 영농계획서에 대해서 국민일보 기자가 취재를 했지만 아직 보도가 안되고 있다. 편집국장과 사회부장에게 이동관씨가 직접 봐달라고 부탁을 해서 기사가 실리지 않았다고 하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에 대한 국민일보 노조의 이의제기에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라거나 '기사가치가 없다'는 식의 답변이 나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다시 언론의 역할을 상기해볼 일이다. 언론은 우리사회의 부패를 견제해야 마땅하다.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권력자의 편에 서서 그의 이익을 대변하는 편집을 해서야 되겠는가? 이렇게 밝혀진 일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것이다. 이런 방식의 유착이 만연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희망이 없다. 권력자의 부패를 덮어주는 것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그렇게 국민을 속여먹는 언론기관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입 맛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여 과도하게 비판을 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더러운 협잡에 의하여 사실이 덮이고 잘못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정치권력은 반드시 부패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추악한 유착관계를 이어가는 신문은 차라리 없어지는 편이 훨씬 우리사회에 유익할 것이다. 어떤 정치세력과는 유착하고, 다른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또 사실을 왜곡하며 비난해서야 되겠는가?

언론은 정치권력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우리사회를 퇴행시키는 주범이 되고 말것이다. 그런 방식의 편집권 남용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편향된 태도로 여론을 왜곡하는 언론은 우리사회의 공적이다. 편집권의 독립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이런 일에 대하여 언론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덮고 넘어가선 안될 일이다. 언론노조는 물론이고, 모든 기자들이 사회적 공기로서의 사명감을 가져야할 일이다.


권력과 유착하지 않고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언론을 만드는 것은 언론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구성원이 스스로 자신들의 임무를 망각하지 않고 지켜내기를 바랄 뿐이다. 언론과 정치권력이 유착하면, 주권자인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자행되는 패악이 필시 언론도 정치권력도 존립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정치권력과 언론의 대립은 그나마 봐줄만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유착만은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이다. 청와대 대변인의 치부를 감추는 일도 일어나는데 상대가 대통령이라면 어떻겠는가?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권언유착 #이동관대변인 #국민일보 #편집권독립 #건강한 긴장관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5. 5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