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재정전략회의 에서 "축사를 짓는데 소방법 때문에 까다로워서 못 짓겠다고 하더라. 소방법에 의해서 비상구 표지판을 붙였다고 해서 소가 그걸 보고 나갈 것도 아닌데" 발언이 논란을 낳았다.
이 대통령의 발언 배경은 전날(26일)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 '한창목장'을 방문했을 때, 한창목장 대표의 아들인 김희철씨가 축사를 지을 때에 소방법이 까다롭다는 말을 전하면서 "축사를 지으려 하니 '유도등(비상구 표지판)'을 달아야 한다 하더라. 소가 유도등을 보고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이런 규제가 필요하냐"고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하여 29일자 <조선일보>는 이를 해프닝으로 보도했다. 김희철씨와 김씨 아버지가 지난 해 연말 가까운 포천군 이동면 노곡리에 한우조합 공동축사를 지으면서 설계사무소로부터 '화재감지장치' 28개를 설치하는데 1400만원이라는 추가경비가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2004년 소방법이 개정되면서 화재감지장치는 설치하지 않아도 되었다. 개정된 소방법을 몰랐던 설계사무소와 축사 지을 때 규제가 심하다는 것을 대통령에게 '유도등' 설치로 표현한 김씨 발언으로 인해 일이 꼬인 셈이다.
또한 문제가 된 '유도등'의 정식 명칭은 '피난구 유도 표지'로, 소방법상 축사 건물 양쪽 입구에 설치하도록 돼 있으며, 시중에서 9천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27일 한창목장에서 들었던 발언을 옮기면서 "소방방재청장 (여기) 안 오나. 내가 부끄러워서 이야기를 못하겠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정전략회의에 소방방재청장이 참석할 이유도 없지만 소방법 규제 때문에 대통령이 부끄러워할 이유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소방방재청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 재난관리 전담기구'다. 영리와 이익 보다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가 우선이다. 불필요한 규제는 없어져야 하겠지만, 안전을 위한 규제는 강화되는 것이 맞다.
왜 이런 인식이 중요한지 28일 이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자 소방방재청이 대처한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유도등은 소가 아니라 축사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도록 한 것"이라며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소방 관련 규정에 무리한 부분이 있으면 전부 고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소방방재청이 소방법을 고치겠다고 나선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소방방재청이 할일은 소방법을 고치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왜 그런 소방법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리고, 보고해야 하는 게 맞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줄기차게 규제완화를 강조했다. 규제완화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규제가 강화되어야 할 부분까지 경제논리 때문에 완화를 하면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야 좋아지겠지만, 더 큰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 이번 '유도등' 해프닝을 그냥 지나쳐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8.04.30 23:2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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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규제 완화' 부르짖는 대통령이 만든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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