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우 시내 한 호텔에서
최종명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시끄럽다. 북이나 꽹과리 같은 악기가 동원된다. 고막 안 터지는 게 이상할 정도다. 그렇게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건물마다 붉은 현수막을 길게 내려뜨려 놓는다. 특가로 판매되는 상품을 줄줄이 써놓은 것이다. 애드벌룬도 붕붕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데 일조한다. 작은 무대를 만들어놓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장기자랑 하면서 상품 주고 그런다.
엄마 아빠 따라나온 아이들도 신난다. 스케이트 보드도 타고 엄마한테 떼 써서 물놀이기구에 들어가 놀기도 한다. 한 행사장에 아이들이 꽤 모여서 노래도 부르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유행가인 라오슈아이따미(老鼠爱大米), '쥐가 쌀을 좋아하듯 당신을 사랑해' 뭐 그런 노래를 아이들이 끝까지 따라 부른다. 경품을 받으려면 기다려야 한다.
요즘 도시 곳곳에 유행하는 행사 중 하나가 바로 결혼사진 촬영이다. 직원들이 나와서 길거리를 점령하고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사진 촬영하면 신부에게 공짜로 선물을 준다는 프로모션도 있다. 한국노래를 시끄럽게 틀어놓기도 한다. 세계유명 브랜드의 자동차, 가전제품도 있다. 패스트푸드 점에도 사람들이 많다.
날씨가 거의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 꽃으로 장식한 '환두궈칭(欢度国庆) 2007'가 아주 선명해 눈에 확 띤다. '국경일 잘 보내라'는 뜻이지만 사실 '국경일에 물건 좀 많이 사세요'로 보인다.
한바탕 돌아다녔더니 피곤했다. 호텔로 돌아와 더위를 씻고 잠깐 쉬려고 누웠는데 침대가 너무 푹신해, 정말 포근한 잠을 새벽 5시까지 10시간이나 잤다. 여행의 피로가 몰려왔나 보다. 새벽녘 창문을 여니 여명이 밝아온다.
10월 3일 12시가 넘었다. 이제 수저우의 타이후(太湖)를 찾아가려고 한다. 지도를 보니 아주 멀다. 깨알같이 생긴 시내 지도 구석구석 찾고 사람들에게 확인까지 해서 겨우 69번 버스가 간다는 것을 알아냈는데 도대체 버스가 오지를 않는다. 사람들도 거의 콩나물시루처럼 가득하다.
연구 끝에 일단 중간 지점으로 가려고 빈 버스인 2번(路)을 탔다. 버스는 여러 곳을 거치더니 놀이공원인 수저우러위엔(苏州乐园) 앞에 도착. 다시 69번을 갈아탔다. 버스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도심을 벗어나서 달리니 바깥 풍경이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정류장들을 세어 보니 무려 거의 50번 이상 멈춰야 한다. 정말 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