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전통 한정식 해남읍 내에 가면 30여 가지가 넘게 나오는 한정식의 참맛을 볼 수 있다
이종찬
청보리가 오동통한 알갱이를 뽐내면서 봄도 따라 익어간다. 저만치 들녘 곳곳을 날아다니는 흰 나비, 노랑 나비들도 봄꽃의 향기에 취해 갈 지(之) 자 날갯짓을 되풀이하고 있다. 연푸른 하늘을 헤엄치고 있는 뭉게구름 사이로 눈부신 봄햇살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되어 미끄러져 내릴 것만 같다.
아지랑이로 꿈틀거리는 봄. 봄은 입맛을 잃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입맛을 새롭게 북돋워주는 계절이기도 하다. 산과 들녘에 연초록빛으로 쑥쑥 돋아나는 산나물과 채소, 봄빛으로 출렁이는 바다에서 마악 건져 올린 해산물 등이 나른한 춘곤증에 빼앗긴 입맛을 새롭게 북돋워주기 때문이다.
지금 남도 땅끝마을 곳곳에서는 맛과 질을 자랑하는 한정식이 사람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고 있다. 남도의 드넓은 들판에서 자라는 무성한 채소처럼, 푸짐한 상차림의 땅끝마을 한정식은 남도의 참맛과 남도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30여 가지 맛이 나는 반찬을 한 가지씩 차례로 맛보는 재미라니.
이 세상의 맛이란 맛은 다 들어 있을 것만 같은 남도 한정식. 특히 해남읍 내에 있는 그 집, 해남군 모범음식점으로 지정된 그 집의 한정식(1인분 2만원)은 남도 음식의 맛의 진수를 보여준다. 씁쓸한 맛, 신 맛, 짭쪼롬한 맛, 달착지근한 맛, 매운 맛, 싱거운 맛, 새콤한 맛, 얼큰한 맛, 고소한 맛 등. 그 집 한정식에서는 사람의 혀가 느낄 수 있는 모든 맛을 다 맛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