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문석불'이란 이름을 가진 미륵불(충남 문화재자료 제83호).
안병기
중이 예삿사람이 아니라고 믿은 상주는 스님에게 묏자리를 잡아줄 것을 청했다. 중은 "범바위골이 좋을 것 같습니다"면서 "단 내가 황룡재를 다 넘어가거든 그 뒤부터 땅을 파시오"라고 당부하곤 훌훌 떠나버렸다.
그러나 장례를 서두르던 산일꾼들은 중이 채 고개를 넘어가기도 전에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러자 땅 속에서 왕벌이 나오더니 중에게로 날아가서 벌침을 쏴 죽이고 말았다.
그 후 김씨 문중에서 중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것이 이 미륵불이라고 한다.
세월이 흘러가자, 미륵불 곁에서 소나무 한 그루가 싹을 내더니 마치 미륵불을 보호하기라도 하듯 아래로만 자라났다는 것이다.
미륵불이 소나무의 아래에 있음으로 해서 마치 소나무가 미륵불의 광배 겸 보호수 역할을 하는 모양새를 띠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후세 사람들은 소나무가 그때 그 노스님의 후생이라고 믿었다는 것.
예전엔 미륵불을 보호하듯 자랐던 소나무건만 그러나 소나무가 고목이 되면서 점점 밑으로 쳐져 급기야 미륵불이 소나무를 이고 있는 것처럼 되자 지금의 자리로 미륵불을 옮겼다 한다. 그래서 현재는 마치 소나무가 부처님께 절을 하고 있는 형태로 배치돼 있다.
이 전설은 이 지역에서 광산 김씨 일문의 세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미륵불을 세울 당시 얼마나 음택풍수를 중시했던가를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