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장사는 왜 성립하는 것일까?

주권자의 책임도 적지않다.

등록 2008.04.23 13:50수정 2008.04.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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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총선이 끝나자 마자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돌출되고 있습니다. 통합민주당은 주가조작 혐의가 있는 자를 공천해서 망신을 당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에게 거액을 특별당비로 받았다는 점입니다. 당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믿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친박연대는 양정례 당선자를 공천하며 무려 15억이라는 거액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창조한국당도 경력조작에 문서위조범을 공천하고 그에게서 특별당비를 받았다고 합니다.

 

과거 3김시대에 특정 지역의 공천이나 비례대표 상위순번의 공천이 20억이라는 설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의 사법당국이 바르게 역할을 했다면 아마도 그보다 더한 공천장사가 드러났을지도 모릅니다. 국회의원 임기가 겨우 4년인데 그렇게 거액을 내고 공천장을 사는 사람들을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쉽지않을 것입니다.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렇게 큰 돈을 다시 회수할 방법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그만큼의 가치는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누가 20억 들여서 국회의원 세비를 4년받고 말겠습니까? 당연히 기업에게 유리한 의정활동을 하고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담겨있는 것입니다. 합법적인 정치자금은 물론이고 불법로비 자금도 챙길 수 있다고 계산하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결국 투자하는 개념으로 공천장을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거에 비하여 공천장의 가격은 많이 낮아진 것 같습니다. 아마도 기대수익이 줄었기 때문이겠지요. 과거처럼 불법자금을 받아 챙기는 것이 쉽지않고 사법기관이 과거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은 우리사회가 발전한 것이라 자위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제 정치인들의 불법자금 수수가 과거에 비하면 제법 적발되고 처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번 총선후 벌어지는 상황은 그렇게 위안하기엔 너무 비참한 수준입니다. 정치의 시계가 다시 20년쯤 전으로 회귀한 느낌이 들정도입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공천장사를 하는 행태가 다시 부활하였습니다. 공천심사를 하는 기간에 특별당비를 수억원씩 낸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당선안정권의 공천장을 받았다는 것은 거래라고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 돈을 차입이라고 둘러대는 것은 입이 딱 벌어질 일입니다. 누가 믿겠습니까?

 

왜 이러한 공천장사가 횡행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두가지 정도일 것입니다. 그 하나는 정당민주주의의 퇴행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구도입니다. 한마디로 우리정치와 정당사의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잠시 좀 발전하는가 싶더니 다시 20년전으로 되돌아가버린 것입니다. 지역구도는 여전히 당락의 최대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정당들은 유력정치인의 낙점에 의한 공천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구도를 살펴 볼까요? 지역구도는 우리정치를 여러면에서 병들게 합니다. 하지만 다른 것을 모두 무시하고라도 공천장사의 주역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정지역에 특정 정당의 당선이 확실하지 않다면 공천장사는 성립이 어렵습니다. 물론 이번에 문제가 된 비례대표와는 관계가 없지만 지역구의 공천도 거래가 없었다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일입니다. 지역구도가 허물어진 곳에서 지역구 공천장은 그리 장사가 잘되는 아이템이 아닐 것입니다.

 

정당의 지배구조는 어떨까요? 줄많이 세우고 패거리를 잘만든 정치인이 당을 지배하게 됩니다. 과거 3김보다는 영향력이 덜하지만 그들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여러사람이 각 정당의 권력을 균점하고 있습니다. 비례대표 공천에서 노골적으로 지분을 챙기고 나눠서 공천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른 바 하향식 공천의 병폐인 것이죠.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민주정당의 주인도 당원이 돼야 합니다. 소수의 정치인이 위임행위 없이 권력을 독과점하는 것은 민주정당이 아닙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지역구도를 허물려하지 않습니다. 상향식 정당을 원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몫이 작아지거나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결정을 국민이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민주주의의 원리임에도 정치인들이 그것에 거스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무리 잘못해도 당연히 당선돼고, 누군가는 아무리 노력해도 당연히 낙선하는 구도는 국민의 주권을 무력화하는 구도입니다. 정당의 내부권력을 수 많은 당원들은 배제된 상태에서 정치인 몇몇이 결정하는 것은 곧 당원들의 문제가 아닌 국민 모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결국 열쇠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쥐어져 있습니다. 주권자가 지역주의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 됩니다. 주권자가 정당의 민주화 정도를 지지여부와 연관지으면 됩니다. 주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누구도 지역주의에 의한 투표를 하지 않으면 지역구도는 허물어 집니다. 소수가 조물닥거리는 정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그런 정당은 없어질 것입니다. 여러가지 제도적 보완장치도 필요할 테지만 근본적으로 주권자가 바로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공천장사가 보기 싫으시다면 앞으로 지역주의 정당에 표를 주지 마시기 바랍니다. 공천장사를 없애고 싶다면 하향식 정치하는 집단에게 표를 주지 않으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권자가 정치구도를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주권자가 잘못된 요인에 의하여 자신의 주권을 함부러 내다 버리기 때문에 좋은 정치는 설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모든 책임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의 부담으로 남습니다. 부디 주권을 옳바른 기준으로 행사하는 국민이 많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모두 더럽고 추악한 정치인들의 욕심만을 욕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들 모두를 주권자가 선택하고 그 자리에 세웠습니다. 모두가 그 나쁜 정치인들의 책임일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지금 정치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공천장사가 그들 스스로의 힘만으로 가능한 것일까요? 결국 국민이 나쁜 정치인들에게 맡겼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정신차려야 합니다. 주인이 정신차려야 그들이 도둑질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4.23 13:5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비례대표공천 #지역구도 #하향식정치 #탈지역구도 #상향식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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