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실장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권우성
삼성은 이번에도 '재산 사회 환원'을 내세웠다. 이 부회장은 이날 "차명계좌는 경영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조세포탈 문제와 관련해 탈루세금을 내고 차명재산을 회장 일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익적 목적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6개월 전 김용철 변호사가 자신의 명의로 된 굿모닝신한증권과 우리은행에 개설된 차명계좌를 공개한 직후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선 것과 대비되는 행동이다.
그러나 그간 국민들을 속여왔던 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또 차명으로 밝혀진 삼성생명 차명지분 16.2%와 지난 98년 실명으로 전환된 700만주에 대한 상속세 납부 등의 언급도 전혀 없었다. 대신 "오늘날의 삼성이 있기까지는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과 사회의 도움이 컸다"며 "앞으로 더 아끼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지난 99년 이 회장은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책임을 지기 위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증여하고 삼성생명을 상장해 부채를 갚겠다고 공언하고 9년 동안 그를 지키지 않았던 점, ▲지난 2006년 2월 불법대선자금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을 때는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구조조정본부 축소개편, 계열사별 독립경영 등을 약속했지만 결국 특검의 수사로 그때의 약속이 '말'뿐이었음이 드러난 점을 생각할 때 이번 쇄신안의 진정성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경실련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삼성그룹의 본질적 변화가 누락된 이번 발표는 여론호도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삼성은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를 대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라"고 강변했다.
경제개혁연대도 "국민들은 삼성에게 돈을 구걸하지 않는다"며 "이건희 회장은 탈세한 검은돈으로 사회 환원 운운하며 여론을 무마하기보다는 단 한 번만이라도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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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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