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18일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 광우병 쇠고기 국민감시단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수입쇠고기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유성호
그 할머니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날에 S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경제난국에서는 그래도 한바탕 뒤집어 엎을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뒤집었다 엎었다 하지 않겠냐. 청계천도 홀딱 뒤집어 놨는데…."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이렇게 당부했다.
"빚이지요. 우리 축산 잘 살게 해놔야 빚갚는거지. 축산 무너지게 하면 5년 후에 내가 우리 소 다 끌고 청와대로 쳐들어간다고 했어."저런…. 이를 어째야 하는가? 할머니가 '소 다 끌고 청와대로 쳐들어가야' 하시는 일이 생겼으니 말이다.
더구나 김아무개 할머니는 지난 14일에 농림수산식품부 지정 신지식농업인장으로 선정됐다. 누군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찬조연설을 한 대가 아니냐"는 지적도 하지만, 김 할머니가 한우농사에 있어 창조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농업 부산물을 이용한 발효사료를 직접 개발해 파급하고 급여했다는 공로로 여름철 유해 해충과 악취 발생까지 감소시키면서 환경에 관한 고려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무항생제 사육'이라는 성과를 일궈냈으며, 김 할머니가 사육한 소는 70~90% 확률로 1등급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이런 창조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의 손으로 직접 표를 던지다 못해 방송에까지 출연해 찬조연설을 했던 대통령은, 단 한번의 미국 방문 속에서 미국의 요청 이후 한달 만에 "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이라는 성과를 일궈내 한우시장을 "홀딱 뒤집어 놨"다.
방송에까지 나온 유명인사가 됐으니, 김 할머니의 찬조연설을 기억하는 일부 유권자들은 할머니를 기억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남길 가능성도 크다. 이런걸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하는걸까.
김 할머니의 '아이러니'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화룡점정을 장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들어보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한미FTA가 없더라도 했어야 할 문제였다. 우리가 양보했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 논리다. 쇠고기 수입 재개는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고기를 먹는 우리 도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 먹는 것이다."한우는 세계에서 값비싼 고기이며, 미국산 쇠고기는 값싸고 좋은 고기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를 어떡하나. 김 할머니가 "5년 후에 내가 우리 소 다 끌고 청와대로 쳐들어간다"면, 결국 그것도 '정치 논리'라고 일축당할텐데…. 그래서 유권자가 투표할 정치인을 고를 때에는, 공약과 정책을 꼼꼼하게 골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당연한 상식이 새삼 아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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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160두 키우는 '찬조연설' 할머니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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