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와 제비집표주박 제비집 아래 빨랫줄에 제비 한마리가 앉아있다.
조찬현
전남 여수 화양면 서연리의 한 농가 처마 밑에 제비가 집을 짓고 있습니다. 농가에서 제비집을 보는 건 아주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제비집은 아주 특별합니다. 소설 속에나 나옴직한 이색적인 표주박 제비집입니다. 처마의 서까래에 걸어 둔 포개진 표주박 안에다 제비가 집을 짓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고대소설 흥부전의 내용을 보면 흥부는 처마 밑에 떨어져 다친 제비다리를 치료해주고 보살펴줘 이듬해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주었다고 합니다. 흥부는 그 박씨를 정성으로 심고 가꾸어 어느 가을날 여문 박을 톱으로 켭니다. 그러자 그 박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와 흥부는 하루아침에 큰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처마에 바가지를 걸어둔 농부에게도 제비는 이듬해 박씨를 물어다 줄까요? 그의 가족들은 혹시? 하고 내년 봄을 기다리지는 않을까요? 김씨의 따님은 시골 아버님 집에 "박씨를 물고 와야 할 제비가 아예 박집을 짓고 사니 박씨를 물어 오기는 틀렸어요"라고 말하며 안타까워합니다.
파란대문 집은 제비들의 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