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레스 극장 내부 금빛이 눈부시다.
문종성
콜로니얼 매력의 절정인 과나후아또 구경을 위해 가장 먼저 후아레스 극장(Teatro Juarez)을 찾았다. 광산으로 부유해진 이곳에서 가장 사치가 극에 달한 건물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 양식을 모방한 건물 외관에 금을 아끼지 않는 내부 장식이라니 부가 가져다 준 허영심으로 들어찬 인간 본연성을 얼마나 제대로 표현해냈을까.
천박한 자본주의로 너와 나의 계급투쟁을 빚어내 기둥마다 하급계층의 땀을 돈으로 짜내 세워진 1세기 전 광기가 눈에 선하다. 그러고 보니 언제는 예술이 된 역사 앞에 피를 토한 적이 없었는지.
극장 앞 계단에서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살랑거리는 바람에 흩어진 시간 속을 유유히 유영하며 젊음을 향유하고 있다. 오페라 극장의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이들의 기탄없는 자유로움은 벌써부터 내 마음의 포문을 열어젖힌다.
오페라에 대한 깊은 조예가 없으면서도 천연스레 한껏 기대를 가지고 들어간 후아레스 극장의 내부는 가끔 영화에서 보던 웅장함 그대로다. 화려한 문양으로 천장과 벽면이 수놓아져 있는 전체 풍경에 배우의 동작 하나하나 시선을 흩트리지 않고 음미할 수 있는 무대를 바라보고 있자니 3층으로 이뤄진 거대한 객석에서 상류사회의 모조된 박수소리가 귀청을 때리는 듯하다.
이 무대에 서기까지 땀으로 그리던 꿈을 피우게 하기 위해 배우는 또 얼마나 눈물로 절망을 닦아야 했을까. 내 인생의 무대에 나는 또 연습도 없이 얼마나 완성된 삶을 보여줄 수 있을까. 무대 위에서 죽겠노라 결연히 각오했을 어느 무명배우의 열정이 지금 나에게 절실히 필요함을 본다.
왕자와 공주가 등장하는 뻔한 동화가 떠오르는 곳